지난해 중구 인구 5년 새 26.2% 증가…주차면수는 13.9% 감소
"주거-상업 구역 구분 뚜렷한 특성 맞게 주차공간 마련해야"


대구 중구의 주차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재개발‧재건축 열풍에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차공간은 오히려 줄어든 탓이다. 주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도 상업 구역 쏠림이 심각해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유독 크다. 전문가들은 주거 구역과 상업 구역 구분이 뚜렷한 중구 특성에 맞게 주차공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낮에도 주차할 곳 찾기 어려운 남산3동…주차장 조성도 진통
17일 오후 찾은 남산3동 공영주차장 예정지는 좁은 골목길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골목에서 두 차량이 마주칠 경우 한참을 그 상태로 대치한 뒤에야 한 차량이 후진하는 식으로 공간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이곳 주변에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사면서 주차난이 더욱 심화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주민들이 대거 골목으로 나왔지만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은 노상주차장과 거주자 우선 주차장 뿐이어서 사실상 불법 주차가 강제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구청이 지역 8개 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차장 수급 및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산3동은 주차 면수를 주차 수요로 나눈 주차 수급률이 주간 37.8%, 야간 35%에 불과해 주차난이 심각했다. 남산3동은 불법주차율도 주간 45.5%, 야간 53.6%로 주차환경개선지구 1순위 지정 대상지에 해당했다.
중구청은 10일 남산3동 공영주차장 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이곳에 100억원을 투입해 101면 규모의 4층 철골 구조 주차장을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구는 지난 2022년부터 이곳 공영주차장 조성에 나섰지만 소음과 진동 우려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주차장 부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주민 이윤조(85) 씨는 "살고 있는 주택이 노후해 가만히 있어도 벽이 갈라지는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면 집이 무너질지도 몰라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은 주차장 조성 소식을 반기고 있다.
20년째 남산 3동에 거주하며 상가를 운영하는 박윤명(72) 씨는 "근처에 아파트도 들어서고 학교도 있는데 주차장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상가 근처 골목길 코너에까지 차를 대놓는다"며 "아침에 교통소통도 안 되고 교통사고도 많이 나서 중구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더 붐빌 텐데,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차장 예정지 바로 앞에서 장사를 하는 이모(33) 씨는 "주변에 차가 워낙 많이 다녀서 가게 앞에 차량으로 인한 소란이 자주 발생한다"며 "내 가게 앞에 차를 댈 수 없어 먼 곳에 대고 걸어오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주차공간 급감에 쏠림 현상까지…"주거-상업 구역 구분 뚜렷한 특성 감안해야"
중구의 주차공간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다. 인구 증가와 주차장 감소가 맞물리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차불편이 극심한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구 주차장은 146곳으로 약 5년 전인 2019년 6월 175곳 대비 16.6% 줄었다. 주차 면수도 지난해 6천539면으로 2019년 7천592면 대비 13.9% 감소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부지가 수용되는 등 문을 닫은 주차장이 적잖은 상황에서 인구는 늘어난 탓이다. 주차면수 27대 규모의 '가창유료주차장'은 맞은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용돼 지금은 상가 건물이 들어섰다.
주민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의 경우 상업 구역 쏠림 현상이 심하다.
지난달 기준 중구 공영주차장 6곳의 주차 면수는 1천420대지만 이중 80.4%인 1천142면이 서문주차빌딩과 국채보상공원 공영주차장에 몰려있었다. 두 주차장은 주거단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주민보다는 다른 지역 방문객 이용 비율이 높은 곳이다.
이 가운데 중구 인구는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주차불편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 인구는 9만7천711명으로 5년 전인 2019년(7만7천421명) 대비 26.2% 늘었다. 특히 성내3동과 남산2동 등 재개발‧재건축이 집중된 곳은 지난해 인구가 5년 전과 비교해 각각 241.5%, 207.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구의 경우 주거 구역과 상업 구역 구분이 뚜렷한 만큼 동네 특성에 맞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원장은 "특정 공간의 주차 수요가 가장 몰리는 때가 언제인지, 주변의 민간 주차장은 몇 곳인지, 인근의 장기 주차된 차량들은 몇 대나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구청은 단순히 주차 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역 내 주민과 직접 만나 공간 활용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내년까지 544억원을 투입해 남산동과 대신동, 수창동 일대에 공영노외주차장 5곳을 조성, 542대의 주차공간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청은 2017년 공영노외주차장 조성사업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주차장 6곳, 285면을 확보했다.
이중 12면 규모 관광버스 전용 공영주차장을 제외하면 새로 들어설 공영주차장은 남산3동 공영주차장(100면)과 ▷침장골목 일원 공영주차장(210면) ▷달성공원 정문 공영주차장(120면) ▷북성 공영주차장 확장(100면) 등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불법주차 단속과 주차 공간 관련 민원이 많았던 만큼 공영주차장 조성의 구민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까지 민원이 쏠렸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공영주차장 조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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