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死 초교생 담임 금고 처벌…전세버스 업계 취소 문의 쇄도
'의무 다하면 면책' 법 실효 의문…교육당국 "부담 완화 대책 논의"
최근 법원의 판결이 교사들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구경북 초·중·고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취소와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이 커진 교사들이 소풍과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교육 현장의 위축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사 법적 책임 판결, 체험학습 기피 확산
현장체험학습은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는 아니지만,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와 법원의 판결이 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체험학습 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생이 주차 중인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지난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 대상이 됐다.
또한 지난 10일 울산의 한 학생수련원에서 현장체험학습 중이던 고등학생이 암벽타기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체험학습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됐다. 과거에도 2017년 경북 영주의 초등학교 수학여행 중 학생이 친구가 쏜 장난감 화살에 맞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해, 교사의 책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대구 초등학교 A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은 법적으로 필수 교육활동이 아니지만, 학교나 학부모의 요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 개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교사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이미 예정된 체험 학습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전세버스 업계는 올해 하반기까지 계획된 각종 체험학습과 소풍 등의 취소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임호근 경북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올해 경북 지역에서만 벌써 10곳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며 "전국적으로도 충남, 충북, 경남 등지에서 같은 이유로 취소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전세버스 업체 대표는 "아직 계약만 체결하고 출고 전 단계인데도 취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체험학습 취소의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 개정에도 불안 여전…실질적 보완책 필요"
오는 6월부터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시행돼, 교사가 교육활동 중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해당 법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모세 대구교사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법에서 말하는 '안전조치 의무'의 기준과 책임 범위가 모호하다"며 "구체적인 보호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학교가 체험학습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구교사노조가 최근 교사 1,0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가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안전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 우려(99.5%)'를 꼽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 당국은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고려해 무조건적인 축소나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가 크고 교육적 효과도 높은 만큼, 사고 우려를 이유로 체험학습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개정에 맞춰 교사들의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조례 개정, 보조 인력 및 행정·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교원보호공제회를 통해 교원의 법적 분쟁에 대한 변호사 자문 및 민·형사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채아 경북도의회 교육위원장 역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체험학습은 필요하지만, 사고 발생 시 교사들의 법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며 "도의회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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