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신현일] 환경의 가치와 기업의 투자

입력 2025-03-27 12:40:08 수정 2025-03-27 18:27:18

신현일 경북부 기자
신현일 경북부 기자

"조만간 김천시와 새로운 투자 양해 각서를 체결할 것입니다."

김천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기업체 임원과 만난 자리에서 김천에 새로운 투자를 진행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밝힌 김천에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비어 있던 공장 부지였다. 하지만 김천일반산업단지 내 에너지 공급업체인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사용 연료 변경도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김천시는 김천일반산업단지 내 에너지 공급업체인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사용 연료 변경안에 대한 찬성 의견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늦었지만 산단 내 기업들의 투자 환경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결정이었고 이에 따른 효과가 신규 투자로 나타나고 있다.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사용 연료 변경이 기업의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다.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면, 수출 기업들은 탄소총량제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 감소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의 탄소 배출은 제조 공정 10%, 원재료 45%, 에너지 45%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기업들이 공정에 큰 비용을 투자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도 전체로 따지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탄소 배출량의 45%를 차지하는 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탄소 배출량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수출 문턱에서 탄소국경세로 고민하는 기업들에 공급받는 에너지에서 탄소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김천에너지서비스는 2023년부터 기존의 화석연료인 석탄을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현재 95%에 달하는 유연탄 비율을 71%로 줄이고, 유기성 고형 연료 비율을 5%에서 29%로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김천 지역 시민단체는 연료 변경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특히 지역 환경 문제의 이슈인 SRF 소각시설과 김천에너지서비스 간의 증기 공급 계약을 문제 삼으며 연료 변경에 반대해 왔다.

반면, 김천산단 입주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연료 변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천시와 김천시의회가 나섰다.

시와 시의회는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사용 연료 변경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천시와 김천시의회, 김천에너지서비스 관계자, 대신동 주민 대표, 시민단체, 김천산단 입주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는 김천일반산단에 입주한 대기업 본사에서 ESG 담당 직원이 한걸음에 달려올 정도로 기업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날, 시와 시의회의 설득과 기업 관계자들의 애로를 전해 들은 시민단체의 양보로 김천에너지서비스는 사용 연료 변경에 물꼬를 텄다.

김천에너지서비스의 연료 변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해 왔던 시민단체들이 입장을 변경해 극적인 타결을 하게 되자 친환경 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김천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발전 연료 변경에 따른 효과로는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ESG 경영 기여와 온실가스 17% 감축이 예상되며, 연간 6억7천700만원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 대표와 시민단체, 김천시 및 김천시의회가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과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안을 마련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