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냉각되는 러시아 vs 영국…뿌리 깊은 갈등 재연되나

입력 2025-03-16 16:18:42

러 "영국은 서방의 반러시아 세력 중심"
영 "악의적 비난"…러시아 주장 일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연합뉴스

러시아와 영국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매개로 관계 재설정을 시도하는 반면 영국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익명의 러시아 당국자 3명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혼란과 전쟁을 조장하고 있다"며 격노했다. 다른 당국자들도 영국을 서방에서 반러시아 세력을 규합하는 주요 세력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투입을 제안, 러시아를 자극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후 안보를 위한 연합체 '의지의 연합'을 위한 회의를 주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러시아로선 심기가 불편한 부분이다.

러시아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누그러뜨리려 하는 중요한 순간에 스타머 총리는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대외정보국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오늘날 영국은 지난 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 직전처럼, 세계적인 주요 '전쟁광'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를 중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영국이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자국 주재 영국 외교관 2명도 간첩 혐의로 추방했다고 발표, 양국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 영국 자산을 압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영국 외무부는 '악의적인 비난'이라며 자국 직원들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국 감정의 뿌리는 훨씬 깊다. 영국은 러시아 전 정보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가 2006년 런던에서 독살되자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2018년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내에선 반(反)영국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에 대한 러시아의 불신은 1853∼1856년 크림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은 러시아 제국을 물리친 동맹의 일원이었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최근 "영국 여성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수사도 다시 꺼냈다. 이는 19세기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외교 정책을 폈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을 조롱하는 데 썼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