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8개월 연속 팔자 행렬…개미는 사자
19일 주주총회 이사회 전문가 포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감에 대한 기대감 높아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오는 1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차가운 투심
외국인 투자자는 2020년 이후 가장 긴 삼성전자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삼성전자를 6천1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이후 이달까지 8개월 연속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2021년 8월 9개월 연속 순매도한 이후 4년여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당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증가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PC 등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이 영향을 줬다.
이달 말까지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역대 3번째로 긴 순매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역대 1위는 2006년(2006년 2월∼2007년 3월) 기록했는데 당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4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2위는 2020년 기록한 9개월 연속 순매도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2조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9월 8조6천억원까지 순매도액을 늘렸으나 점차 매도세를 줄여 지난달 2천570억원까지 순매도액을 축소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순매도액을 다시 늘리면서 14일까지 누적 순매도액(6천120억원)이 지난달 월간 순매도액(2천570억원)을 넘어섰다.
D램 등 레거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엔비디아 대상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이슈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메모리 HBM 매출 급감 및 낸드 업황 악화, 비수기 진입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제시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는 5조2천901억원으로 작년 동기(6조6천60억원)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 실적 눈높이는 지난해 말 8조5천955억원에서 이달 5조원대로 39%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지난해 말 8만1천320원에서 이달 7만3천520원으로 10% 가까이 하향 조정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2천870억원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선 상태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가 상방을 제한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0.3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7.5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 주총에 쏠리는 눈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술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고, 루이지애나공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내정됐다. 지난해 5월 반도체 사업 수장으로 전격 투입된 전 부회장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1등 자리를 지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앞서 2014∼2017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내정되며 7년 만에 메모리사업부장도 다시 맡았다.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 등을 지낸 송 사장은 반도체 공정 및 소자개발 분야 전문가로,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키며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실적은 1분기가 저점이고 주가의 저평가 매력이 커 매수 접근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저점 이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고객사 메모리 재고 조정 마무리와 견조한 서버 수요로 전사 분기 증익세를 보일 것"이라며 "현 주가는 12개월 예상 P/B(주가순자산비율) 기준 0.88배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도 높다"고 밝혔다.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하반기 수출 지표가 개선될 경우 외국인의 복귀를 앞당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2분기부터 하반기 수출 개선 기대감을 반영하며 국내 주식 시장에서 순매수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공급 여부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경쟁사들이 HBM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하더라도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납품하더라도 경쟁사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수혜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HBM 등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의 본원적 경쟁력 상승이 확인되지 못할 경우 박스권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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