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참모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을 곤경에 빠뜨렸던 조성은 씨가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정에 섰다. 조 씨는 2020년 2월 '브랜드뉴파티'라는 정당을 창당하려 김종구 전 몽골대사, 경기도당 위원장 이재섭 씨와 공모해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의의 입당원서 1천162장을 위조한 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로 2023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은 제7차 공판이 열린 날이었다.
브랜드뉴파티 당 대표였던 조 씨 측은 이날 재판정에서 "김 전 대사, 이 씨와 공모한 적 없다. 김 전 대사로부터 받은 유공자명부를 이 씨에게 제공했을 뿐 입당원서 위조와 선관위 제출은 이 씨가 단독으로 한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매일신문 취재 결과 조 씨가 이 사건에 적극 관여한 정황이 나왔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20년 초다. 제21대 총선을 앞둔 당시 조 씨는 김샛별 씨와 브랜드뉴파티를 창당하기로 하고 각각 당 대표와 사무총장을 맡아 창당 작업에 들어간다. 1월21일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를 완료한 이들은 2주 만인 2월4일 동아일보에 창당대회 개최를 공고했다. 창당대회를 하려면 5개 시도에서 각각 1천씩 당원 총 5천명을 모아야 한다. 이들은 창당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창당대회부터 먼저 열고 창당에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때까지 모은 당원은 200여명에 불과했다.
조 씨는 당원이 늘지 않자 2월14일 오래 정치 활동을 해온 김 전 대사에게 '명부'를 부탁했다. 둘은 2016년 국민의당에서 활동하며 알게 된 사이였다. 조 씨는 당시 미래통합당에서 통합추진위원장을 공동으로 맡고 있던 박형준 부산시장,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당대당 통합 논의를 하고 있어 창당 실적이 필요한 상태였다.
김 전 대사는 그날 즉시 조 씨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유공자파병연합회 측으로부터 인쇄된 유공자 1만8천197명 명부를 건네 받아 조 씨에게 전달했다. 조 씨는 2월17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을 시켜 이 유공자명부 스캔을 시작했다. 스캔을 다 한 조 씨는 이를 엑셀파일로 변환하며 김 사무총장에게 입당원서 조작을 함께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매일신문이 입수한 조 씨와 김 사무총장 텔레그램 대화를 보면 18일 오전 조 씨는 김 사무총장에게 "당원명부 스캔 다 했어요. 그거 나눠서 일단 일을 좀 하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라며 "(입당원서 만들어야 할 게) 5천장이 넘어서 하나씩 당원명부 작성하기가 (어렵다.) 저희 직원들도 어제 스캔만 600장 한다고 하루종일 (고생했다.) 회사에 컴퓨터가 없고 또 말 새어나갈까 봐요"라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조 씨를 만류했지만 조 씨는 "경북은 아빠 사무실에서 하기로 했고요. 경기도당은 이재섭 위원장이 도움 주기로 했고요"라며 "경기도당은 본인(이재섭)께서 명부 주면 다 해주시겠대요"라고 덧붙였다. 법정 증언과 달리 조 씨는 자신의 부친에겐 경북도당을, 이 씨에겐 경기도당 입당원서 조작을 부탁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조 씨 부친은 검찰 출신 변호사로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구미시갑 선거구에 출마했던 조현국 씨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조 씨는 18일 경기 지역 당원명부를 이 씨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냈고 이 씨는 자신의 딸과 딸 친구 등과 입당원서 1천162장을 위조했다. 이 씨가 21일 경기 선관위에 조작된 입당원서 제출하며 이들의 정당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가 구성됐다.
하지만 법정에서 조 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유공자명부가) 월남전 참전 유공자 명단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언론 보도를 통해 명부의 출처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에 검사가 "김 전 대사가 당신에게 준 명단을 보면 '대한민국유공자파병연합회'라고 적혀 있다"고 지적하자 "비가 많이 오고 (김 전 대사에게 받은 명부를) 사무실에 봉투채로 올려놔서 확인 못했다"고 말했다. 검사가 다시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자 "스캔만 지시했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조 씨의 텔레그램 대화에선 조 씨가 이 씨와 부친 측에 경기도당과 경북도당 입당원서 조작을 부탁하는 동시에 서울과 대구 지역 '유공자명부'를 브랜드뉴파티 서울시당과 대구시당 '당원명부'로 조작한 정황도 나왔다.

조 씨는 2020년 2월18일 오후 창당 작업을 같이 하고 있던 측근에게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주소, 전화번호, 추천인, 연락여부 칸으로 구성된 당원명부 '샘플'을 보냈다. 그러면서 유공자명부을 당원명부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유공자명부에 있던 개인정보 가운데 부대와 계급, 아내 이름을 삭제하고 직업과 추천인, 연락여부를 추가한 '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로 탈바꿈하는 작업이었다. 조 씨는 스스로 서울 1300명을 맡았고 측근에겐 대구 지역을 맡겼다.

유공자명부가 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로 조작된 뒤 입당원서로 위조되는 과정 전반에서 조 씨의 개입과 지휘 정황이 드러났지만 조 씨는 거듭 부인했다. 그는 "이 씨에게 전자우편으로 브랜드뉴파티 당원명부를 첨부한 건 우리 직원들이 작업한 걸 단순 전달하는 수준으로 했던 거지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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