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 대구시 자치경찰위 기틀 다진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 "주민 안전 더욱 힘써야"

입력 2025-03-12 14:47:06 수정 2025-03-12 18:05:16

지난 2021년 출범한 대구시 자치경찰위 1기 상임위원·사무국장 맡아
인공지능(AI)과 연계한 '과학 치안'·'셉테드(CPTED)' 등 주민 안전 위한 사업 펼쳐
지난해 5월 복직, 국가 위기 상황 대응 방법이 주력 연구 분야
학교 홍보에도 앞장 서…SNS상 유명한 '삐끼삐끼춤' 직접 추며 학생 호응↑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 한소연 기자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 한소연 기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조정된 후인 2021년 7월, 대한민국에 자치경찰제가 처음 시행됐다. 경찰 창설 76년 만의 변화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범했던 대구시 차지경찰위원회도 어느덧 출범 3년이 지났다.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박동균(57)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3년간 역임하면서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기틀을 다졌다. 최근 자치경찰제의 출범과 시행 3년을 돌아보고 자치경찰의 방향과 과제를 담은 책을 펴낸 박 교수를 지난 10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경상도에서 3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1997년부터 8년간 경북 안동과학대학교에 있다가 2005년부터 20년째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이다. 연구 분야는 국가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예방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중간에 교수직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다. 2021년 처음 도입된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휴직을 하고 1기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으로 3년간 일했다.

-안 그래도 이달 초에 '한국 자치경찰'이라는 저서를 발행하셨다.

▶경찰 창설 76년 만인 2021년 7월 처음 시행된 자치경찰의 역사적인 출범과 시행 3년의 성과, 또 앞으로 자치경찰의 올바른 방향과 정책과제를 일반 시민들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담고 있다. 국내 자치경찰 분야 석학 5명과 함께 썼다.

-올해 7월이면 대구시 자치경찰이 출범한 지 4년이 된다. 자치경찰제가 여전히 생소한 시민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전보다 커지면서 업무량이 늘었는데, 의무경찰은 또 사라져서 순찰 같은 기본적인 민생 치안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경찰을 국가 경찰, 수사 경찰, 자치 경찰로 세 등분했다. 국가 경찰과 수사 경찰은 중앙 정부 관리하에 기존 경찰이 해온 범죄 예방, 진압과 수사 등의 업무를 하고 자치 경찰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면서 주민 생활 안전, 경비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거다.

-무늬만 경찰이라는 비판도 있다.

▶자치 경찰이라는 것은 결국 경찰 권력을 지자체와 나눠 갖는 거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집권체제가 강력한 나라는 자치 분권을 하기가 힘들다. 지금도 진정한 의미에서 분리는 아니다.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다만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다. 조금씩 개선해야 한다. 결국 자치 경찰제는 주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제도니까 대승적인 차원에서 권한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20년간 교수로 있던 분이 3년간 휴직까지 하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교수는 실무보다는 실무를 위한 이론 연구를 많이 한다. 마음 한편에는 직접 현장을 뛰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다. 대구시에서 자치경찰이 출범하면서 추천이 들어왔을 때 실무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장점이 많은 제도니까 밑바탕을 잘 만들어 놓고 첫 발도 잘 뗄 수 있게 해서 원활하게 정착하도록 한 몫하고 싶었다.

-자치경찰위원회 1기 상임위원, 사무국장까지 하셨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1기로서 애쓴 것이 있나.

▶대구시는 스마트 도시다. 대중교통 위치 알림 같은 스마트 서비스가 정말 잘돼 있다. 기존에 있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서 과학 치안을 만들고자 한 게 첫 번째 내 목표였다.

가령 담티역에 내려서 혜화여고까지 간다고 하자. 스마트폰 앱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경로가 뜬다. 만약 가는 길이 조금 어둡다고 하면 드론이 떠서 간이 가로등처럼 길목도 밝혀준다. 귀갓길 상황은 파출소에도 부모님께도 즉시 보고가 되는 식이다. 이런 서비스를 개발했고 연구가 거의 완성됐다. 대구 서구에서 시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 한소연 기자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5월 1기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과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대구시 자치경찰제의 첫걸음을 함께 했다. 한소연 기자

-환경을 개선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일에도 힘쓰셨다.

▶셉테드(CPTED)라고 한다. 환경 설계를 통해 범죄 예방을 하는 거다. 공원에 나무나 풀숲이 우거져있으면 쳐내고, 어두운 곳이 있으면 등을 설치해서 밝히도록 하는 것도 다 셉테드다. 어둡고 으슥한 곳이 생기지 않게 환경을 개선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요즘에는 묻지마 범죄처럼 예상을 벗어난 범죄도 생기고 있다.

▶맞다. 개인주의가 심화하고 경제가 양극화되면서 묻지마 범죄, 고독사 등의 사건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과 아주 밀접한 파출소와 지구대, 또 녹색어머니회, 행정복지센터, 각 구역의 통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안전협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이 어떤지, 독거노인의 상황이 어떤지 등 행정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은 녹색어머니회나 구역 통장들이 잘 한다. 회의를 열어서 이런 상황을 행정복지센터, 파출소가 알 수 있도록 하면 사각지대를 없애고 좀 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5월에 자치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교수로 복직하셨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임기가 끝나 아쉬울 것 같다.

▶만약 자치경찰위원회에 계속 있었으면 이 AI와 연계한 과학 치안 사업을 더 많이 진행했을 것 같다. 대구시민들이 신천에 와서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는 등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긴다. 신천은 길고, 방문하는 시민들은 많으니 치안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지 않나. 그때 드론 독수리를 띄우거나 로봇 강아지가 돌아다니면서 순찰하는 거다. 그러면 안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대구시 자치경찰제가 더 잘 정착하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까.

▶좀 전에 말했듯이 민생과 가장 가까운 파출소와 지구대가 행정복지센터, 각 구역 통장, 보건소 등 다양한 기관들하고 소통해야 한다. 어려운 말로 '로컬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자치 경찰은 결국 주민 안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는 제도다.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형 모빌리티(PM)에 대한 교육, 홍보,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하면 좋겠다. 시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PM이나 이륜차가 도로나 인도에 진입하는 거다. 경찰에 교통과가 있고 구청에도 교통과가 있다. 구청의 교통과는 예산이 있고, 경찰의 교통과는 강력한 공권력을 갖고 있다. 서로 협업해서 좋은 예방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자치 경찰이 다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대학에 복귀하신 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

경찰행정학과에서 경찰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재난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했다. 서울 성수대교 붕괴,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까지 등 굵직한 사건들이 그 계기였다. 대학의 대외협력처장도 8년째 맡고 있다.

-경찰이 된 제자들도 많을 것 같다.

▶전국적으로 300명은 되지 않을까. 제자들이 경찰 시험 합격하면 전화로 알릴 때가 있는데 교수로서 제일 뿌듯한 순간이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강의를 강의라 생각 안 하고 공연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지 최우수 강의상을 세 번을 받았다. 수업 시간에도 화를 내기보다는 앙탈을 부리는 편이다. (웃음) 20년 전부터 그랬다.

학생들이랑 나이트클럽에 간 적도 있고 제자들 주례도 한 20번 정도 섰다. 내 한마디에 애들이 경찰관이 될 수도 있고 또 꿈을 포기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을 대하는 멘토 같은 교수가 되고 싶다.

-대외협력처장이라 학교 홍보에도 열심히시더라. SNS에서 유행했던 '삐끼삐끼춤' 추시는 모습도 봤다.

▶학생들이 '삐끼삐끼 춤'이 유행이라고 춰달라고 했다. 노래도 부른다.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 자기 PR 시대인데 PR이 자신을 알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 튀기게 알린다'고 해서 피알(PR)인 것 같다. (웃음) 요즘에는 SNS 쇼츠와 릴스 같은 것이 젊은 층에게 홍보하기에 탁월하다.

-인터넷 밈에 반응하는 교수님이라니 신선하다. 이러다가 SNS 스타가 되면 어쩌나.

▶최근에 개그맨 김대희 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인 '꼰대희'에 나와서 아재 개그도 던지고 그랬더니 좋아하더라. TV나 라디오에 나오고 싶은 욕망도 있다. 프로그램 이름도 정했다. '박동균의 범죄 없는 세상'이다. 직접 나와서 안전 수칙도 알려주고, 범죄는 왜 발생했는지 같은 정보도 공유하면서 안전한 세상 만들기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