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폭언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 조사결과 통지서 나와
셀프 징계 우려에도… 동구청 "개입 권한 없어 곤란"
전문가 "강력한 조치 필요… 괴롭힘 반복 시 위탁 계약 해지해야"
대구 한 노숙인쉼터(이하 쉼터·매일신문 1월 16일) 소장이 직원을 상대로 수년 동안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고용노동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유독 취약한 상황에서 지도점검을 담당하는 동구청이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어 직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7일 쉼터에서 폭언으로 인한 괴롭힘이 자행됐다는 조사 결과 통지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쉼터 전 직원 2명이 소장으로부터 폭언과 후원금 강요를 당했다며 노동청에 접수한 진정서 내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실효성 있는 처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해자인 소장 A씨가 사업장의 관리자여서 인사위원회 위원장직을 동시에 맡고 있는 상황에서 '셀프' 징계가 제대로 될 리 없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업계는 징계권을 쥐고 있는 상급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가 복지시설에서 유독 잦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2월 직장인 1천명을 조사한 결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대표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라고 답한 비율은 32.1%로 전체 평균인 17%보다 높았다.
일각에서는 쉼터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매년 지도점검을 하는 동구청이 사실상 뒷짐만 진 탓에 직원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동구청 지도점검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 노사갈등 사안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각지대를 메꾸고자 정부가 지난 2018년 마련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 가이드라인'도 강제성이 없는 탓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운영위원은 "지자체가 개입해 징계를 권고하더라도, 법인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개입이 무쓸모가 된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될 경우 위탁 계약을 해지하고, 소속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동구청은 노사 간의 관계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를 구청에 통보하지 않다 보니 사건 파악조차 어렵다"며 "만약 A씨가 추후 법적 처벌을 받아, 사회복지법상 시설장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시설장 교체를 지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쉼터를 운영하는 법인 측은 오는 20일까지 A씨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쉼터 법인 관계자는 "타 법인의 사례와 관련 법을 살펴 적법한 처분을 내놓겠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능력이 닿는 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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