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참외산업 대전환 혁신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성주참외혁추위)의 성주참외 스티커 미부착 조기 정착 행보가 빠르다. 성주참외혁추위는 최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유통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스티커 미부착을 위한 협의를 했다.
간담회에서 성주참외혁추위는 스티커 부착이 비용과 노동력이 많이 들고, 소비자 사이에서도 스티커 떼기와 인쇄물이 묻어난다는 불편함이 제기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유통업체들도 재포장에 스티커를 제거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전과연) 서울지회는 성주참외 스티커 부착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전과연에 따르면 가락시장 중도매인 60~70%가 스티커 부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스티커 없는 성주참외가 다른 참외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인실 전과연 서울지회장은 "(스티커) 미부착이 정착되려면 더욱 고품질의 성주참외를 생산·유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주참외 스티커는 2010년부터 성주참외의 독보적 위치를 지키고 차별화를 위해 도입됐다. 개별 참외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노동력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컸지만, 악덕 유통업자들의 박스 갈이에 비해 성주참외 브랜드 보호에 유리했다.
성주참외혁추위의 스티커 미부착 추진은 지난 15년간의 노력으로 성주참외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에 기반한 것으로 읽힌다. 비용과 노동력 부담, 유통업체의 불편이 있어도 충분한 경쟁력이 없다면 이런 조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주참외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때 유명했던 농산물이 잘못된 판단으로 추락한 사례는 많다. 나주배는 높은 당도와 저장성으로 국내 배 시장을 지배하며 해외 수출도 활발했으나, 2000년대 이후 품질 관리 소홀로 소비자들이 이탈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최근에는 천안, 상주 등 다른 지역의 배들이 더 선호되는 추세다.
제주 월동무는 농가들이 '경쟁력이 높다'는 자만심으로 품질 유지 노력을 소홀히 하며 생산량을 무작정 확대했다가 결국 2022~2023년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해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일부는 재배를 포기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일본 유바리 멜론은 한때 최고급 과일로 인정받으며 수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과신과 소비자 접근성 저하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유바리 지역 자체가 재정 파탄을 맞으면서 브랜드 가치도 추락했다.
미국 플로리다 오렌지는 전 세계 오렌지 주스의 90%를 공급할 정도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졌으나, 2000년대 이후 생산자의 방만한 경영과 브라질산 오렌지와의 경쟁에서 밀려 사실상 몰락했다.
이처럼 한때 명성을 떨쳤던 농산물이 몰락한 이유는 공통적이다. 생산자의 자만심으로 품질 관리 및 유통 개선을 소홀히 하거나, 소비자의 니즈 변화를 무시하고 생산자 중심의 유통 구조를 고집하며, 과점 시장을 형성하려다 경쟁 작물에 밀린 것이다.
현재 성주참외의 경쟁력은 농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재, 인력, 재정 등 성주군의 다양한 지원으로 받아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올린 성과다. 성주참외 스티커 부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생산자의 몫이지만, 이번 조치가 생산자들의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정한 경쟁력 확보에 기초한 것인지 철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유통 혁신을 통해 '지금도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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