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서울 지역 명문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고민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대학 졸업 후 3년을 월세 70만원 하는 서울 단칸방에서 지내다 집으로 내려온 아들이 한 달에 용돈 50만원을 주면 집안일을 전담하겠다고 했단다. 지인은 "아들이 자격증 공부는 하는 것 같은데 취업엔 관심도 없어 보이고, 그냥 부모에게 얹혀 살려는 모습이 너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전업자녀(全業兒女)인 셈이다. 극도의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가슴이 짠했다.
이 낯선 단어는 지난 2023년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회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선택한 마지막 안전망은 '부모'였다. 이들의 일상은 부모를 위한 아침·저녁 식사 준비, 청소, 빨래, 심부름 등으로 채워진다. 사실상 전업주부처럼 가정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난처럼 등장한 '전업자녀'라는 단어는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문제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백수 아니고, 전업자녀입니다만~'이라는 밈(온라인에서 퍼져 나가는 유행어)이 우리 MZ세대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천 명이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17만1천 명, 30대가 6만2천 명 증가한 것과는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졸업하자마자 실직이라며 청년 취업이 사회문제라고 시끄러웠는데, 올해는 더 나빠진 것이다.
수치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청년들의 취업 의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청년층의 '쉬었음' 인원은 70만 명을 넘어섰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 준비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청년층이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공지능(AI) 발전, 고령화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대구는 여기에 더해 일자리 자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당락 차이는 국민의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53.9%대 45%로, 불과 8.9%포인트였다.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서 당내 경선이 아닌 본선거에서 이처럼 치열했던 적이 없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 같은 '혈전'을 가져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판을 뒤집지 않고는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보는 시민들이 절반인 것이다.
새 대구시장 당선인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제통이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테슬라 유치를 지역 경제 재건을 위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53.9%의 시민은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고, 46.1%는 믿지 않거나 반대했다. 이 46.1%의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가 당선인의 가장 큰 숙제다.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이 민선 9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게 2030의 공통된 요구다.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결혼은 늦어지고 출산은 더 멀어진다. 청년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독립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해 수천 명의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거나, 가사(家事)를 전담하며 집에 틀어박힌다. 이러면 대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전업자녀' 확산을 막고 대구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경제통 대구시장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