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이정훈] 국민저항권과 이해찬 부재 시대

입력 2026-06-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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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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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을 전문(前文)에 추가한 개헌을 하려다 실패한 이재명 정부를 보며 '지나치다'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헌법도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를 전문에 넣어 국민저항권을 보장하는데 5·18 등을 추가해 이를 강조하면 법치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본 탓이다. 제복 입은 이들의 '상명하복' 원칙을 무시하고 12·3 계엄에 동원된 군·경을 숙청하는 것을 보면서도 '저렇게 발라내면 자기 유사시엔 저들을 동원해 낼 수 있겠나'란 생각을 했다.

6·3 지방선거로 촉발된 '올공(올림픽공원)사태'가 커지고 있다. 주도 세력이 없이 자발적으로 나선 국민들의 국민저항권 행사가 식을 줄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대응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1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서울경찰청장은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이 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고 해 구설에 올랐지만 이 경고는 지극히 '조건적'이다. 불법행위이니 해산시킨다는 준엄한 집행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동조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나약한 위협이었다.

국무총리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조건부 경고를 했고, 국무총리로부터 지명을 받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은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실제 실행은 경찰이 전적으로 다 하고 있다"며 빠져나가는 대답을 했다.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관을 근거 없이 모욕하는 행위는, 참정권 침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비(非)본질적 담화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는 (선관위에 대해) 아무런 통제·감시·견제 권한이 없다", "하다못해 선관위원장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조차 없다"고 책임 전가를 한 후 "체육단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자와 공모자에는 대해서는 엄중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모두 대응을 경찰에 떠넘긴 것인데, 경찰도 '조건문 경고'를 남발하며 피해 가고 있다. 이들은 4·19 이후 대통령은 하야, 내무부장관은 사형됐고 '빛의 혁명' 다음엔 대통령이 탄핵되고 내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걸 알고 있으니 국민저항권에 맞서는 것을 극력 회피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 서버를 확보한 합수본이 수사를 확대하고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이 추가된다면 국민저항권은 불가침의 존재가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정부의 책임으로 몰았듯이 6·3 참정권 훼손은 이재명 정부의 책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검찰 조작기소 특검은 어려워지고 판사들이 임의로 연기한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에 따라 재개하라는 국민 요구가 폭증할 수도 있다.

수원지법이 '연어 술파티'를 주장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국회증언감정법(위증)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것도 이 대통령과 여당엔 악재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 씨는 이 판결로 연어 술파티를 허위로 꾸민 것이 됐으니 그때의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오는 8월 선출될 민주당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이 대통령은 측근을 대표로 만들어야 레임덕을 피해 갈 수 있다. 그는 정청래 대표와 당권 다툼을 해야 하는데 이 싸움이 민주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

이런 예측을 할수록 크게 보이는 이가 작고한 이해찬 전 총리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를 조문하고 나오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물은 기자를 쏘아보며 "후레자식"이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를 비난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때문에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가 있다면 분열 직전인 민주당을 묶어 면한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을 발휘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고인이 된 지 오래이고 이 대통령은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며 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투표용지 부족이 일어난다는 것까진 몰라도 국민참여재판을 해도 질 수 있다는 생각 정도는 했어야 했다. 5·18과 12·3에 대해서도 과한 태도를 지향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 올라간 용은 후회만 하게 된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를 잊은 것도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