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상인동 전세사기 피해자 19명, 경찰에 임대인 집단고소
지난 두달 간 대구 내 피해 사례 82건·피해액 87억원
피해자들 "피해자 인정 요건 까다로운데 법까지 시효 만료… 고통 가중될 것"
특별법 기한 연장·피해자 인정 요건 재정립 필요성 제기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투룸에 전세로 살고 있는 A(30)씨는 6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경찰서를 찾았다. 하루아침에 말로만 듣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돼서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현재 투룸에서 보증금 8천만원의 전세 계약을 맺고 살고 있다. 당시 중개업자는 집주인이 여러 채의 건물을 문제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계약을 설득했고 A씨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경우 월 13만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도장을 찍었다.
문제는 전세 계약 만료일을 네 달 앞둔 작년 4월 불거졌다.
집주인 B씨는 자신과 전세 계약을 맺은 모든 세입자를 불러놓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다"며 "세입자들의 관리비를 10만원씩 인상해 이자를 갚는 데 보태겠다"고 금전을 요구했고 이후 A씨를 비롯해 7가구가 살던 해당 건물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신혼집을 구하는 등 구체적인 결혼 계획까지 잡았던 A씨 생각은 물거품이 됐다. A씨는 최우선 변제권을 갖고 있지만, B씨의 빚이 23억에 달해 전세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고 집주인 처벌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다시 결혼 날짜를 정할 수도 없고 일단은 무기한 늦추자고 해 둔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달서구에서 수십억원대 집단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오는 5월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기한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집주인 B씨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A씨를 비롯해 모두 19명. 이들은 6일 달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들은 피해 건물이 모두 4채며, B씨가 1, 2년 단위로 신축 건물을 매입하면서 범행을 꾸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대부분 20~30대로, 피해 금액은 22억에 달한다"며 "집주인 B씨가 아닌 다른 실소유자가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는 등 계획적인 범죄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내 전세사기 피해자는 끊이질 않고 있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된 202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시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860건으로 피해액은 63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2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전세사기특별법이 오는 5월 유효기간이 만료되지만 피해 사례가 숙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 2월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는 모두 82건으로 피해 금액도 87억원에 달한다.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았다.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피해자모임 대표는 "특별법이 있는 지금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확률이 80%에 불과한데, 특별법이 폐지되면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폐지가 아닌 연장이 필요하며, 피해 사실을 손쉽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피해자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법 시효가 만료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이들 중 일부만 피해자로 인정되는 등 기존 특별법의 피해자 인정 요건은 허점이 있지만, 특별법이 폐지되면 피해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다"며 "특별법 시한을 연장하는 동시에, 더 명확한 피해자 인정 요건을 갖춘 새로운 법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림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간접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 더 많은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비아파트의 가격이 심각하게 하락할 경우 피해자가 많아질 수 있어,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또 이사 생각에 심란…3년 만에 다시 서울로"
한동훈, "뭉치면 李는 절대 이번 선거 못이겨", "尹 서로 풍파, 지켜주고 도와"
노태악 선관위원장 "자녀 특혜 채용 통렬히 반성" 대국민 사과
선관위 사무총장 "채용 비리와 부정 선거는 연관 없어…부실 관리다"
곽종근 "살려면 양심선언 하라고…'내란죄로 엮겠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