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데리고 트럼프 만나려는 영·불 정상…또 싸울라

입력 2025-03-06 15:55:11

외교 참사 후 젤렌스키 광물협정 서명 위해 다시 방미
입 마르도록 트럼프에 칭찬과 감사…접근법 바꾼 젤렌스키 통할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협정 서명을 위해 방미하는 데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동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안보 및 우크라이나 논의를 위한 정상회담 중 젤렌스키 대통령(왼쪽),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중앙),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회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협정 서명을 위해 방미하는 데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동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유럽 안보 및 우크라이나 논의를 위한 정상회담 중 젤렌스키 대통령(왼쪽),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중앙),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회담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광물협정 서명 의사를 밝히며 백기 투항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프랑스 정상과 함께 백악관을 다시 찾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뿐만 아니라 정보 지원까지 중단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더욱 궁지에 몰았다.

◆동행하는 영·프 정상

소피 프리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국가의 정상이 함께 백악관을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은 이 같은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3국의 동반 방미 계획은 미국 행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이 유럽의 안보지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준으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모욕을 당한 뒤 쫓겨났다. 러시아의 세력확장 욕구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요청하던 과정에서 태도가 논란이 되면서 불거진 외교 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예정된 양국의 광물협정 서명을 취소하고 이달 3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도 전면 중지했다.

우크라이나와 직접 소통해온 영국, 프랑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홀로 사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뜻을 함께 한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는 동반 방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도 신속히 교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항구적인 평화를 쟁취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노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히며 미국의 군사지원에 찬사와 감사를 쏟아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구상을 추종할 뜻도 내비쳤다.

◆무기에 이어 정보 지원도 중단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정보 공유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군대는 재정비 시간을 갖고 봄철 대공세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8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이후 단행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이 군사 영역뿐만 아니라 정보 영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공유가 중단된 정보에는 미국산 미사일과 우크라이나산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내부 목표물을 타격할 때 필요한 '표적 데이터'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하는 표적 데이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자리 잡은 군수시설 등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미국산 첨단무기로 공격해왔다.

러시아는 이를 피해 군수 시설을 전선에서 수백㎞ 뒤로 옮겨야 했는데 이는 군의 보급 흐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미국의 정보는 '공격의 질'을 높여 군사 자원을 아끼게 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이런 정보가 사라지면 러시아군의 위장, 유인, 전파방해 공작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어 공격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무기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양국의 정보 공유 협정을 잘 아는 전직 관리가 전망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을 받아들이고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한다면 미국의 무기 지원 및 정보 지원도 재개될 것이라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