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AI(인공지능) 세상을 이끌다

입력 2025-03-11 13:15:55 수정 2025-03-11 16:04:07

정부 AI 핵심 정책인 2조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 포항 유치에 총력전
첨단 연구시설, 우수 인재, 안정적 전력 공급 등 최적 입지 여건 갖춰

지난해 11월 8일 포항시청에 열린
지난해 11월 8일 포항시청에 열린 '글로벌 AI 선도 도시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지자체, 정치, 학술,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첨단기술 속에서도 AI(인공지능)는 단연코 요즘 시대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성공신화는 AI가 얼마나 우리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사람들의 부푼 기대를 보여주는 반증이 된다. 그만큼 무수한 국가와 기업에서 AI에 대한 경쟁 또한 단순한 노력을 넘어 뜨겁기까지 하다.

그 경쟁 속에서 경북 포항시가 글로벌 AI 선도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포항형 AI 혁신 전략' 추진과 함께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를 통해 포항만의 차별화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민간·대학·지자체 AI공동체 조성

현재 포항시는 정부 AI 산업 육성 핵심 인프라인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 나서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버린AI(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를 구축하며 한국의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중국의 AI인 '딥시크'에서 확인되듯, 미국‧중국처럼 세계 주요국들은 우리 삶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AI산업 패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년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는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열쇠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는 의미다.

AI를 지속 가능한 성장엔진으로 점찍은 포항시는 AI산업 생태계 조성 및 육성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시는 지난 2023년 7월 전담조직인 디지털융합산업과를 신설하고, 지난해 11월에는 'AI선도도시 경북포항 비전'을 선포하며 포항형 AI 정책 추진을 위한 민관 협력의 구심점인 '경북포항AI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위원장으로 구글·아마존·네이버·포스코미래기술연구원·KT·포스텍·한동대·카이스트·서울대·고려대 및 지역R&D기관 등 AI분야 최고 전문가 25인으로 구성됐다.

포항이 밝힌 AI선도도시 비전은 크게 4대 추진 전략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한민국 AI혁신을 견인할 '글로벌 AI인프라·생태계 구축'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AI융자 및 AI펀드 조성'(각 1천억원 규모) ▷전 산업 AX(AI대전환) 촉진 ▷기업 글로벌화 지원 등이다.

또한, 포항시는 민간 중심의 AI 협력 네트워크와 합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경북지역 56개 디지털 기업이 참여하는 '경북 포항 AI 기업 얼라이언스'도 발족했다.

지난 2023 9월부터 포항에 추진 중인
지난 2023 9월부터 포항에 추진 중인 '육양국 연계 글로벌 데이터센터 캠퍼스' 조감도.육양국이란 바다 밑의 광케이블을 육지의 통신망과 연결하는 통신국을 말하며, 해저케이블과 지상케이블을 잇는 연결기지 성격의 시설이다. 포항시 제공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사활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번 AI 연구 개발 및 산업 활성화의 방점은, 정부가 지정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다량의 첨단 AI 반도체(GPU)와 전용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대규모 연구시설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연구소 등이 필요한 대부분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국가 AI기술 발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도권의 전력난과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비수도권에 건립할 예정이며, 민관 합작 형태로 약 2조원이 투입된다. 오는 5월 사업자 공모 등 선정 과정에 들어가며 올해 하반기 중 최종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기관·기업수가 100곳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써부터 진행 중이다.

포항시는 지난 2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참여 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풍부한 첨단 연구 인프라 ▷우수한 인재 ▷안정적인 전력공급 등은 포항시가 이번 유치전에서 앞세우는 무기들이다.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 전경.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 전경.

◆대규모 전력 수급+첨단 R&D 기반+인재

포항은 지곡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포스텍 인공지능연구원 및 반도체기술융합센터, 4세대 방사광가속기, 한국로봇 융합연구원, 나노융합기술원, 애플 제조업 R&D지원센터 등 세계 수준의 첨단 환경이 집적돼 있다.

더욱이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에 위치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그린백신실증센터 등 바이오 혁신 플랫폼에서는 바이오 연구데이터가 축적되고 있고, 포항시가 진행하는 스마트 챌린지·스마트 팩토리·스마트 양식 등 다양한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안전‧산업 등 대규모 도시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AI 연구 활동과 기술 개발이 용이하며, AI 기술 발전에 필수적 요소인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분석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포스텍‧한동대를 중심으로 1천여명 이상의 AI분야 석‧박사급의 우수한 전문 인력도 포항시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게다가 경주와 울진 등 인근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까닭에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필수적인 전력수급이 용이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포스텍에서 학생들이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포항의 자원 중에서도 R&D 기반의 인재 육성은 특강점으로 손꼽힌다. 포스텍 제공
포스텍에서 학생들이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포항의 자원 중에서도 R&D 기반의 인재 육성은 특강점으로 손꼽힌다. 포스텍 제공

◆AI 개발부터 창업까지

포항시는 AI 생태계 조성의 또 다른 축이 될 ▷AI가속기센터 ▷글로벌 데이터센터 캠퍼스 ▷AI오픈이노베이션센터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AI가속기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해 7월 전문가 자문단 간담회를 개최하고 구축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 컨소시엄과 함께 오는 2029년까지 포항 기업혁신파크 내에 건립이 예정돼 있다.

지난 2023 9월 산업부·경북도·SK에코플랜트 등과 함께 유치한 1조5천200억원 규모의 '육양국 연계 글로벌 데이터센터 캠퍼스'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글로벌 운영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AI·데이터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AI오픈이노베이션센터는 스타트업 특화공간이자 창업허브 인프라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KT·카카오·포스텍·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한국로봇융합연구원·포항테크노파크 등과 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공간을 지원하고자 포항경제자유구역에 민관협동 디지털 인큐베이팅 센터를 구축해 디지털 AI창업생태계 거점을 마련할 방침이다.

포스코DX AI기술센터 연구원들이 산업용AI가 적용된 크레인 모의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포스코DX제공
포스코DX AI기술센터 연구원들이 산업용AI가 적용된 크레인 모의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포스코DX제공

◆철강산업과 AI 기술의 만남

포항시는 이러한 AI산업의 개발이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의 위기 또한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위해 최근 철강 뿌리산업의 인공지능 변혁을 위한 '철강·금속 산업 디지털 대전환(DX)'을 선포하기도 했다. 첨단 AI기술을 철강 제조공정에 접목해 산업 고도화를 꾀하고, 제조산업이 나아가야할 글로벌 스마트제조 선도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공정의 핵심 기술인 로봇 산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4월 포항시는 협동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 및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실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산업 현장 등에 활용되는 AI 로봇 융합 자동화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반세기 철강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왔던 포항이 이제 배터리‧바이오‧수소 등 첨단전략산업의 혁신도시를 넘어 AI 기술과 첨단산업이 융합된 세계적인 AI선도도시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적의 여건을 갖춘 포항에 국가AI컴퓨팅센터를 반드시 유치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AI산업 강국 도약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