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아군에게 총부리 들이대"…서방진영 엄청난 충격

입력 2025-03-05 16:36:12

트럼프,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발을 뺄 의도도
푸틴, 우크라에 종전 조건 강요할 여건 마련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광물협정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광물협정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든 것을 두고 오랜 동맹·우방인 서방 진영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전쟁 중에 아군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격"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군사 원조 중단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손목을 비틀어 '미국의 안보보장 없는 즉각 휴전'이란 자신의 종전구상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핑계 삼아 유럽 방위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선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장 전쟁을 멈출 의사가 없는 실정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군에서 제공받은 핵심 군사장비의 운용이 제약된 채 속절없이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우크라이나에 굴욕적 종전조건을 강요할 수단을 손에 넣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국제관계 전문가 마이클 맥폴은 이번 결정을 "제국주의 독재정권 및 전제적 동맹국들과 민주주의 진영 사이의 전쟁이 3년째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는 그냥 편을 바꿔 버렸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역량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보·위험관리 컨설팅업체 르벡의 정보부문장 마이클 호로비츠는 "우크라이나가 내일 당장 총탄이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원조 중지는 몇 개월 내에 이번 분쟁에 매우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킬(Kiel)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659억달러(약 96조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해 왔으며, 제공한 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훈련과 유지보수 등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했다.

유럽이 나서도 단시간 내에 미국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이번 조처는 미국의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 러시아가 전열을 정비하고 거듭 공세에 박차를 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군사원조 중지는 푸틴이 요구사항을 계속 늘리도록 부추기고, 전쟁을 통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