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꼬리 내린 우크라, 광물협정 임박

입력 2025-03-05 16:36:02

4일 백악관에 서한 보내 "광물협정 서명할 것"
젤렌스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협조"
영국 총리 등 유럽 정상들 "백악관으로 돌아가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미 연방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 서명이 임박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미 연방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 서명이 임박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당신은 카드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굴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후 영국 런던에서 위로를 받았지만, 미국의 도움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약소국의 설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크라 "미국과 광물개발 협정 서명할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개발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미 연방 의회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 두 정상 간의 백악관 회담이 설전 끝에 파국으로 끝나고 당시 예고됐던 양국 간 광물협정 서명 역시 무산된 이후 나흘 만이다. 이 협정은 미국이 지난 3년 동안 전쟁 지원 대가로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권을 확보하는 내용이 골자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한에서 "우크라이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 우크라이나인보다 평화를 더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해왔고, 그들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 준비돼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멋지지 않나"라며 종전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고개 숙인 젤렌스키 "트럼프 뜻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호기롭게 백악관에서 할 얘기를 다 했지만, 나흘 만에 미국의 뜻대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4일 "광물 및 안보에 관한 협정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귀하(트럼프)가 편한 시간에 언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에 백기투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에 고개를 숙이기로 한 데는 미국이 발을 뺄 경우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돼 있는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연대의 뜻을 밝혔지만, 최대 원조국인 미국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럽은 장기간의 군축으로 충분한 물량의 무기를 생산해 낼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유럽 내 생산을 고집해 포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까닭에 신속한 움직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서방 언론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롯한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박을 당하고 쫓겨난 젤렌스키에게 '백악관으로 돌아가라'는 취지의 압박을 가했다고 전했기도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행보로 서방의 대러 전선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가혹한 조건을 들이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에 대해 체념하면서도 다른 한편 저항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라고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