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화재' 초등생, 닷새 만에 사망…장기 기증

입력 2025-03-03 19:52:08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쯤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쯤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개학을 앞두고 집에 혼자 있던 중 화재가 발생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초등학생이 사고 발생 닷새 만에 끝내 숨졌다.

3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빌라 화재로 인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초등학교 5학년생 A(12)양이 이날 오전 사망했다.

A양 유족은 사망 판정 직후 의료진으로부터 심장과 콩팥 등 장기 4개를 기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양 어머니는 "먼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건 아니지만 뇌사 판정 후 그런 절차를 들었다"며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장기기증이란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취지여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장과 췌장 등 장기 4개를 기증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들었다"며 "딸이 수의사를 꿈꿨는데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A양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쯤 인천시 서구 심곡동 집에 혼자 있던 중 발생한 불로 중상을 입었다. A양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화재 당일 A양은 방학이어서 집에 혼자 있다가 피해를 봤다. 당시 A양 어머니는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으려고 병원에 간 상태였다.

A양 어머니는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식당에서 일했는데 식당 측 사정으로 이달 2일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했었다"며 "일을 그만두기 며칠 전에 사고가 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불이 난 집에는 지금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고 남편은 신장 투석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9월 정부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른 위기 아동 관리 대상에 5차례 포함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소득 기준을 넘은 탓에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에서 발견된 휴대용 가스버너에서 부탄가스 폭발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