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수 사태에도 '공조' 안 한 대구서구청-구의회…첫 유출 후 50일간 공식 보고 '0건'

입력 2025-03-03 16:48:15 수정 2025-03-03 22:04:29

서구의회, 첫 유출 이후 열린 임시회에서도 '무관심'
서구 주민 "가장 걱정하는 사안, 구의회는 손도 안 대"
구청 "물밑 소통 중", 구의회 "이번에 진상 파악"
전문가 "중차대한 사안, 공식적인 협력 필요"

지난 1월 8일 공단천 하수관로에 폐수가 유입된 모습. 이주한 서구의원 제공
지난 1월 8일 공단천 하수관로에 폐수가 유입된 모습. 이주한 서구의원 제공

대구 서구 염색산단 하수관로에 폐수가 올해 들어 4차례나 유입되는 동안 서구청과 서구의회 간 공식 소통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 대변과 집행부 견제 의무가 있는 기초의회의 소극적 활동과, 양 기관의 안일한 사태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3일 서구청과 서구의회에 따르면 서구청은 처음 폐수가 유입된 지난 1월 8일 이후 50일이 지나는 동안 폐수 유입 관련 내용을 서구의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바 없다. 마찬가지로 서구의회 역시 서구청에 관련 보고·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구의회는 지난 1월 임시회를 열지 않았다. 지난달 5~14일 제255회 임시회를 진행했지만 1월 8일 유입된 '보라색 폐수'에 관한 질의나 지적은 없었다.

붉은색과 검은색 폐수 유출은 회기 종료 열흘 뒤부터 발생했다. 이달에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의사 일정이 진행되지만, 회기 시작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공문·간담회 등 양 기관 사이 관련 소통은 없었다.

서구 주민들은 구청과 구의회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 구의회가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특히 거세다.

서구 비산7동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 서구에서 가장 큰 이슈가 '폐수 문제' 아니냐. 구의원들이 이 사안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집행부 감시 의지는 있는 건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악취특위'도 성과 없이 끝내 놓고, 이제 환경 관련 문제는 손도 안 대기로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청과 구의회 간 공식 보고가 없었던 것은 양 기관이 사태를 가벼이 여긴 방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평리6동 주민은 "2월 임시회가 열릴 당시엔 폐수가 한 번 나온 시점이었다.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던 것 아니겠느냐"며 "분명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였는데 오판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말 폐수가 수차례 나왔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공식적인 보고가 없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물밑 정보 공유는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말 실무자가 구의원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보고서 형식의 사진 한 장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소통과 보고를 이어왔다"고 해명했다.

서구의원 역시 "서구청 실무자와의 개인적 소통을 통해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이번 회기 때 공식 창구를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는 구청과 구의회가 공식 절차를 거쳐 대안을 모색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종민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의회는 주민들을 대표하고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식적인 창구에서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이 아쉽다"며 "폐수 유출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양 기관이 협력해 해결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서구의회 전경. 대구서구의회 제공
대구서구의회 전경. 대구서구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