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젤렌스키 교체 카드 언급…우크라 압박용인 듯"
유럽 "역사의 갈림길" 종전 협상안 미국에 제안할 듯
젤렌스키 "다시 미국 방문해 광물협정 체결 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파국 정상회담 수습을 두고 주요 당사국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지난달 28일 양국 정상은 광물협정에 서명도 못한 채 면전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파국으로 끝이 났다.
전 세계 언론을 앞에 두고 체면을 구긴 미국은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했고, 유럽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감싸 앉으며 미국에 불만을 간접 토로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광물협정 체결을 원하면서도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 "젤렌스키 퇴진"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젤렌스키의 숨통을 조이면서 미국 의도대로 종전 및 광물협정 체결을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협상을 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을 이유로 선거를 미룬 채 당초 예정됐던 임기가 지나도록 집권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을 언급한 것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보다는 개인적 욕심이나 정치적 야심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당장 교체하겠다는 것보다는 그의 정치적 약점을 건드려 다시 협상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종전 협상 관련 전략을 옹호하는 SNS 글을 재게시했다. 해당 글은 "이제 젤렌스키는 굽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천재적인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실제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노련한 외교관이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젤렌스키를 맹렬히 비난한 것은 계획된 정치적 '강도 행위'였고,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그를 향후 모든 일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지만, 물 밑에서 진행되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논의 역시 빨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가 비공개로 논의하고 있는 '경제 거래'의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부상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유럽 "역사의 갈림길"
유럽은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며 뒷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나서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미국에 제시하고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군사 지원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유럽 주요 정상 회의를 주재한 뒤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싸움을 멈출" 방안을 세워 미국에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유럽의 관점을 담은 합의를 만들어내겠다는 뜻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추진 중인 종전 협상에 대해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협상이 타결되면 역시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이를 수호할 '연합'을 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 국가'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고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 달간 휴전을 제안했다. 또 유럽 국가에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것도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자력 안보를 압박하면서 GDP 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날 정상 회의에서도 더 많은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전했다.
유럽 정상들이 자력 안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당장 안보 자립을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에 내밀 '카드'를 마련하기 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젤렌스키 "광물협정 체결 원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 정상회담의 후폭풍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진짜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 역시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초청이 이뤄진다면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즉각적 휴전에 합의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실패가 될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확고한 전후 안보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일부 인사들이 요구한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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