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정상회담 파국…트럼프 종전중재 '안갯속'

입력 2025-03-02 15:39:43

트럼프·젤렌스키 첨예한 인식차…'중간 이정표' 광물협정도 불발
美, 지원중단 압박할수도…미러 데탕트-서방균열 '엇박자' 가능성
트럼프 탄핵소추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정상 악연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못찾고 파국으로 끝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못찾고 파국으로 끝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못찾고 파국으로 끝났다. 이날 설전을 통해 드러난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조기에 봉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광물 개발권-안전보장 충돌

이날 두 정상의 입장은 한치의 양보없이 충돌했다.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 개발권을 갖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안전보장을 바라는 젤렌스키 대통령 간에 '광물협정'이라는 타협물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협상은 금새 파탄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없이 항전을 이어가기 어려운 우크라이나가 '양보'를 해서 조기에 종전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러시아로부터 영토 침공을 당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연대감 표현이나 대러시아 비판은 없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살인자에게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히고 백악관을 떠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고 쓴 데서 보듯 점령당한 영토 반환 문제와 미국의 안전 보장 문제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못찾고 파국으로 끝났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합의점을 못찾고 파국으로 끝났다. AFP 연합뉴스

◆두 정상간 악연도 '사단' 원인

두 사람의 개인적 악연도 이번 '사단'과 관련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때인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자신의 잠재적 대선 도전자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바이든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결국 이 통화는 자신에 대한 탄핵 소추로 연결됐다. 이 무렵부터 자신의 압박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젤렌스키에 대한 트럼프의 감정이 뒤틀렸다는 게 중론이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대선 선거전이 치열했던 작년 9월 전쟁에 필요한 포탄 생산공장이 있는 도시이자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일이었다는 게 중평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지켜보는 자국민 앞에서 '기백'을 보여주긴 했으나 미국의 지지와 지원없이 대러시아 항전을 장기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美, 군사지원 중단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군사 지원 중단 등 카드를 써가며 휴전안 수용을 강도높게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대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물자 수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일정한 냉각기를 보낸 뒤 다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설전을 통해 드러난 입장 차이가 조기에 봉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이후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미국의 지원 덕분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달 12일 트럼프-푸틴 전화통화를 계기로 미러 정상회담을 향해 당국간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행보와, 유럽 및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의 균열 양상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종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