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한 조사 성과에 원인 규명 기대감 저하
하수관로 관리 부실, 폐수 유입 원인 규명 난항으로 귀결돼
서구청 "문제점 확인 후 개선하겠다"
대구 서구 염색산단 내 하수관로에서 폐수 유출(매일신문 2월 24일 등) 사고가 일주일 새 세 차례나 발생하는 등 관리기관이 경위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열악한 하수관로 관리상태가 조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구청 등 관리기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수 조사 성과 발표했지만…주민 반응은 싸늘, 왜?
대구시는 28일 기자설명회에서 서구청, 대구환경청이 포함된 공동대응반 조사 결과 염색산단 내 2개 업체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염료 제조·배합실에서 생긴 폐수를 하수관로로 유출 시키거나, 폐수 운영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
시는 이 두 업체를 비롯해 향후 법 위반이 확인되는 업체들에게 행정처분과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염색산단 입주 기업 127곳 중 폐수를 배출하는 80곳의 시설 전수조사도 계획 중이다.
이날 대구시 발표에도 서구 주민들 사이에선 관리기관을 향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첫 폐수 유출 이후 약 50여일이 지나는 동안 유출 지점조차 특정하지 못하는 등 성과가 미미해서다. 실제로 대구시는 이날 업체의 법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도 이번 폐수 유출 사건과의 연관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서구 평리3동의 한 주민은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상식적으로 50일이 흘렀다면 폐수 유출 원인의 윤곽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을 잘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같은 조사 방식, 다른 결과…"차이는 '관리 수준'"
관계기관이 유독 실효성이 떨어지는 폐수 추적 방식을 택한 건 아니다. 타 지자체도 서구청과 비슷한 방식으로 폐수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 서구는 환경순찰, 사업장 불시 점검, 수질자동측정, 의심 지역 하천 및 맨홀 추적 검사 등을 통해 관내 주요 폐수 배출 사업장 325개소를 관리 중이다. 대전 민생사법경찰과는 지난 2023년 여름 약 두 달간 폐수처리시설 등을 드론으로 감시해 불법행위 6건을 적발했다. 그동안 서구청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등이 분담해 수행·시도한 방법이다.
지역 전문가 의견도 반영했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리튬 등 자연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성분이나 특이한 색소 등을 유출 의심 관로에 넣고, 배출 여부를 통해 유출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동대응반은 앞서 한 업체 하수관로에서 해당 작업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다른 업체로 조사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조사 방식이 아니라 폐수가 흘러나오는 하수관로의 열악한 관리상태다. 행정당국의 방치 아래 하수관로 등의 상태가 악화돼 같은 방식을 사용해도 성과를 거두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서구청은 하수관로에 카메라를 부착한 로봇을 넣어 내부 상황을 살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하수관로 안에 침전물(슬러지)이 40~50㎝가량 쌓여 로봇 진입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염색산단 내 폐수관로는 염색산단이 직접 관리하지만, 하수관로의 관리 주체는 서구청이다.
◆"1년에 한두번 있는 일이라더니…해결 의지 있나"
결국 관리기관의 부실한 하수관로 유지관리와 안일한 상황 인식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관로에 슬러지가 다량 쌓여 조사가 어렵다는 식의 해명은, 결국 지자체가 평소 하수관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지금부터라도 권역을 나눠 하수관로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한 서구의원은 "처음 폐수가 나온 지난달 8일, 서구청은 '1년에 한두번 벌어지는 일'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두 달 사이 폐수가 4번이나 발견됐지 않았나"라며 "지난해에도 실제로는 몇 번이 더 나왔을지 모르는 일이다. 주민들이 서구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구청은 제기된 문제점을 돌아보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개선하겠다"며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힘써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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