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상준] TK신공항 왜 공영개발인가?

입력 2025-02-26 17:02:15 수정 2025-02-26 19:35:33

이상준 사회부·경북부 총괄 부장

이상준 사회부·경북부 총괄 부장
이상준 사회부·경북부 총괄 부장

"(대구경북신공항)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려고 보니까 금융 이자만 15조원이 나와요. 전체 사업비의 절반이 금융 이자로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대구시가 공영개발할 테니 정부가 좀 빌려달라, 대통령하고 면담할 때 얘기했어요. 국가에서 빌려주면 이자를 3조1천억원만 내면 돼요. 이자 차액이 10조원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그 돈 안 빌려주면, 아마 TK 민심이 폭발할 겁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을 왜 공영개발(公營開發)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공영개발의 핵심은 정부로부터 저리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융자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정부의 공자기금 운용 규모는 총 323조원이다.

그동안 TK신공항 건설 사업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寄附) 대 양여(讓與)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민·관 SPC가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새 부지에 신공항을 건설(기부)하는 대신 기존 공항 터를 양여받아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금리와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사업 여건이 악화 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대구시 분석에 따르면 SPC 방식으로 사업비 전액을 민간에서 조달할 경우 금융 이자가 총사업비의 46%(14조8천억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공영개발 시 금융 비용은 3조1천억원으로, 무려 11조7천억원이 줄었다. 저리의 공자기금 융자를 통해 전체 사업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탄핵 정국 이후 정부 태도에 이상 기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홍 시장과의 면담 이후 TK신공항 사업에 공자기금을 쓸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대구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을)이 공자기금 활용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담은 'TK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2차)을 발의했으나, 윤 대통령 직무 정지(職務停止) 여파로 정부 입장이 돌변했다.

최근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자기금 활용의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해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의 신공항 특별법 개정안 심사까지 기약 없이 미뤄졌다.

TK신공항은 단순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아니다. 건국 이래 최초의 민·군 공항 통합 이전이자 TK 역사상 최대의 건설 사업이다. 정부가 탄핵 정국을 이유로 입장을 바꾸거나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장 지난달 TK신공항 군 공항 이전 사업이 국방부 승인을 통과하면서 오는 2026년 상반기 군 공항 착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가 공자기금 융자 지원을 외면한다면 2030년 개항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15조원 규모의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를 전액 국비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 재정 사업 발주 중 단일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영남권 민간 공항에 천문학적 국비를 투입하는 정부가 저리의 공자기금을 빌려 국가 안보 공항을 짓겠다는 TK의 염원을 외면할 순 없는 일이다.

정부가 탄핵 정국 속에 자칫 공자기금 지원을 실기(失期)해 신공항 개항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정말로 TK 민심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