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생활고로 집세 밀리기 일쑤…수술비 없어 누워서 생활

입력 2025-02-25 06:30:00

어릴 적 형제 잃고, 아버지 술주정으로 집에서 도망쳐 나와
혼자 장사 배우며 생활…한 차례 이혼과 재혼 겪어
척추 협착·측만으로 거동 어려워져 가세 기울어
무릎 골절·척추 수술해야 하나 생활고…수술비 없어

척추 협착증과 측만으로 허리가 굽어 거동이 어려운 김영기(69·가명) 씨가 배우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김지효 기자
척추 협착증과 측만으로 허리가 굽어 거동이 어려운 김영기(69·가명) 씨가 배우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김지효 기자

가까운 이를 수없이 떠나보내며 상실감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이라 여겼다. 김영기(69·가명) 씨는 쉼 없이 일했으나 남은 건 빚과 아픈 몸뚱이뿐이라는 설움이 여전히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고 했다.

몸도 말썽이다. 어느 날 갑자기 휘어버린 허리는 십여 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영기 씨는 온종일 침대에 누워 통증과 번민으로 밤을 지새울 뿐이다.

현재 영기 씨는 얼마 남지 않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 생활하고 있다. 그들에게 갚아야 될 돈을 계산하며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도 한 적 있다고 했다. 가끔 허리가 괜찮아지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지만, 수술비는커녕 생활비도 모자란 게 현실이다.

◆불우한 가정에 일찍 집 떠나…소중한 사람 연달아 잃어

영기 씨에게 상실은 익숙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을 잃으며 자랐다. 시장에서 피복 장사를 하는 부모님 아래 태어난 영기 씨에게는 두 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영기 씨가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동생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와 지병이 이유였다.

홀로 남은 영기 씨는 6·25 참전 후유증 탓인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며 가족들을 때리는 아버지 밑에서 버티고 버티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해 집을 나왔다.

고등학교에는 가지 않았다. 영기 씨는 부모님 어깨너머로 배운 장사를 떠올려 유통 일을 시작했다. 20대 때는 다른 사람 아래에서 점원 일을 하다가, 30대가 돼서 본인 가게를 차렸다. 건강기능식품, 의복, 꿀, 홍삼액 등 되는 대로 물건을 떼다가 팔면서 돈을 벌었다.

가족과 떨어지면 큰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눈앞에 안 보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영기 씨 아버지는 영기 씨가 가출한 몇 년 뒤 어머니를 집에서 쫓아내고 재혼했다. 강제로 이혼 당한 뒤 혼자 살던 영기 씨 어머니는 영기 씨가 20대 후반쯤 됐을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영기 씨는 또 가족을 잃었다.

상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30대 초반, 마음 맞는 이와 가정을 꾸린 영기 씨는 배우자와의 성격 차로 몇 년 지나지 않아 갈라섰다. 혼자 살던 영기 씨가 현재 배우자를 만난 건 그로부터 5년쯤 뒤였다. 지인 소개로 만난 여성과 길게 연애한 끝에 재혼한 영기 씨는 몸이 약한 배우자 대신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척추 협착증·측만으로 거동 어렵지만, 수술비 없어…집세도 못 내

벌이는 많지 않았으나 하루하루 먹고 살 정도는 됐다. 하지만 재혼한 지 5년쯤 뒤, 또 다른 불행이 닥쳤다. 영기 씨가 척추 협착증을 앓게 된 것이다.

영기 씨는 이후 신경이 눌려서 다리가 당겼고 걸음을 제대로 못 걷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척추측만도 심해져서 허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리치료, 도수치료, 한방치료까지 받아 봤지만, 날이 갈수록 움직임은 불편해졌다. 휜 허리 때문에 고개를 들고 걸을 수 없어 전봇대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일도 다반사였으나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해 휠체어를 지원 받을 수도 없었다.

움직임이 어려워지자 경제 형편은 빠르게 나빠졌다. 전처럼 벌이에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장사는 금세 망했고, 빚만 자꾸 늘었다. 달에 20만원쯤 하는 임대주택 월세도 못 줄 정도였다.

그맘때쯤 받게 된 기초생활수급비는 항상 모자랐다. 매달 들어오는 100만원으로는 집세와 대출이자, 병원비, 공과금, 식비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월세는 다섯달 씩 밀리기 일쑤였고, 영기 씨는 퇴거 요구가 있을 때마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 충당하는 식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나이 먹고 남들에게 자꾸 손을 벌리는 것도 민망하고 빚 독촉에 매일같이 피가 말리는데, 몸까지 아프니 마음이 더 서러웠다. 허리 통증으로 거의 매일 병원에 가는 영기 씨는 진통소염제를 달고 살고 마약 파스를 처방받아 하루하루 연명한다. 온종일 누워서 허리를 붙잡고 끙끙 앓으며, 주위 도움 없이는 홀로 주택 계단을 내려가 병원에 갈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영기 씨는 한 달 전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부기가 가라앉고 나서도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갔더니 골절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과 척추 측만 수술을 하려니 병원에서는 수술비만 수천만원이 나온다고 했다. 지금도 생활이 어려워 빚 져가며 생활하는데, 수술비 나올 데가 있을 리 없다. 아픈 영기 씨 대신 살림을 책임지는 배우자도 허리에 복대를 해야 걸을 수 있었고 오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비참하게 살면 뭐하노, 죽고 치아뿌자(치워버리자)." 영기 씨와 배우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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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사는 차연우 씨에 2,228만원 전달

남편의 의처증과 학대로 두 아이와 함께 보호시설을 떠돌다 친정으로 돌아와 이혼소송을 준비하며 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차연우 씨(매일신문 2월 11일 10면 보도)에게 2천228만1천364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종균 5만원 ▷이동욱 5만원 ▷이창영 5만원 ▷방순옥 4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여환주 2만원 ▷김진만 1만원 ▷윤인주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장윤 2천원 ▷하정현 557원 ▷'석미혜(계대)' 1만원 ▷'모두의건강희망재물' 3천원 ▷'돕기' 2천350원 ▷'돕자' 2천원 ▷'부모님임대대박기원' 400원 ▷'통장잔액돕기' 21원 ▷'배당금으로돕기' 13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궁핍으로 고통받는 박태식 씨에 2,390만원 성금

사업 실패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까지 당해 하루 한 끼 라면을 먹으며 버티는 박태식 씨(매일신문 2월 18일 11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103명의 독자가 2천390만2천41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주)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국서가협회대구지회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철우)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밥정나누는사람들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주)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희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주)(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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