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선대 묘소 벌초에 나선 건 2011년부터였다. 손 회장의 MBTI(성격유형)가 F형(감성형)인지 알 수 없지만 감성 호소 접근법임이 분명했다. 20기 넘는 조상 묘소에 지자체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알면 유·무형적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벌초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기까지 했는데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2015년이 끝이었다.
2013년 일본 출장길에 손정의 회장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대구 동구청의 벌초 사연도 화제로 올랐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현지 코디는 입을 쩍 벌렸다. 조부와 증조부의 묘소(墓所)가 있는데 한 번도 그곳을 찾지 않은, 근본을 모르는 사람이라 매도하기 좋은 소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간문춘(週刊文春)'에 제보하면 당장 취재하러 나설지 모른다고 했다.
주간문춘은 일본 연예계와 정치계 탐사보도로 알아주는 매체였다. 황색(黃色) 잡지 같은 이름이지만 유수의 정치인도 꼼짝 못 한다고 했다. 연예인 저승사자 역할의 대명사였다. 특히 불륜 보도는 압권(壓卷)이라 했다. 보도된 유명인이 내용을 전면 부정할 것이라 예상하고 2탄, 3탄을 곧바로 내보낸다고 했다. 일본 국민들은 그래서 주간문춘에 첫 보도가 나오면 사실일 거라 짐작한다고 했다. 요미우리, 마이니치, 아사히 등 유수의 정통 언론사가 아님에도 높은 신뢰도였다.
최근까지도 취재력은 여전한 듯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잡던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의 성 추문 보도가 미친 영향력은 컸다. 나카이에게 '다레카 to 나카이' 등 프로그램 MC를 맡겼던 후지TV는 광고 압박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소프트뱅크, 도요타, NTT 등 주요 기업들이 광고 보이콧에 나선 탓이었다.
영화 '아저씨'의 아역 배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새론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연예인 저격 언론을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인을 검증하고 감시한다는 명분이지만 특정 연예인을 못살게 구는 게 뻔해 보이는 매체가 적잖다는 사회적 공분이다. 끝까지 쫓는다고 다 탐사보도는 아니다. 공인이니 대중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알빠노'(내 알 바 아니다)식 주장이 죽음 앞에 용납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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