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22주년 추모식에 팔공산 상인 맞불집회…"시가 유족과 상인 이간질"

입력 2025-02-18 17:37:27

추운 날씨에도 추모 위해 약 170명 참석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내년에는 중앙로역 등 다른 장소서 추모식 해야"
"억울하게 죽은 혼백 모시는데 옆에서는 노래가" 참석자들 분통… 대구시에 책임 물어

추모식 참석자들이 안전상징조형물에 헌화를 하는 모습. 정두나 기자.
추모식 참석자들이 안전상징조형물에 헌화를 하는 모습. 정두나 기자.

대구 지하철화재참사 22주기 추모식이 18일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개최된 가운데 인근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가 추모 행사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수년째 추모에 나선 유족‧시민과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모양새로 대구시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열린 추모식에는 170명의 일반 추모객과 희생자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참사가 발생한 시각인 9시 53분에 맞춰 묵념과 추도사 낭독, 추모 공연, 헌화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가족 전재용 씨의 추도사 대독을 통해 "참사 이후 유가족이 보여준 행동은 안전과 생명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며 "의장으로서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을 중심으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내에 희생자의 수목장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대구시 규탄 목소리도 제기됐다. 앞서 유족들로 구성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대구시를 상대로 '수목장지 사용권한 확인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 6일 1심에서 패소했다.

같은 시각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는 추모식 무대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서 맞불 집회를 벌였다. 해당 집회 참가자 25명은 추모행사에 반대하며 스피커로 트로트 음악을 재생하기도 했다. 상가번영회와 추모객 간의 충돌을 막고자 두 집회 참가자 사이에 경찰 200명이 투입되면서, 추모식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상가번영회는 유족보다는 대구시가 추모사업을 허락하는 대신 관광 시설을 들이겠다는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구시가 상가번영회와 유가족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사고가 발생한 중앙로역이나 다른 장소를 찾아 추모식을 하라"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혼란에 참석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참사로 딸 장정경 씨를 잃은 장수한(67)씨는 "딸이 희생된 이후, 지하철이 불연재로 교체되는 등 시민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든 공로가 있음에도, 매년 마음 놓고 추모할 수 없게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은 "억울하게 죽어간 혼백을 모시는데 옆에서는 노래가 들려오고, 야속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추모식에 참석한 각계 지도자와 사태의 원인인 대구시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동화지구 상가번영회가 추모식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참석자들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 정두나 기자.
동화지구 상가번영회가 추모식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참석자들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 정두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