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에 대한 위상은 더욱 굳건해지고 조기 대선이 만약에 실시된다면 그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무소불위로 인식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오늘 3월 예상되는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의 결과에 따라 치명적인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태인데다 이 대표가 견인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뛰어넘기조차 숨이 벅찬 상태다.
이 대표 자신은 '당의 단합'을 외치고 있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전반적 상황은 녹록치 않다. 먼저 탄핵 정국에 민주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지난 2월 3~5일 실시한 NBS조사(전국1005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0%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7%,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 기관의 1월 말 이후 조사부터는 탄핵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보수층 결집이라는 해석이 나옴과 동시에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재판 리스크'가 지배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불안감이 걷히지 않으면서 이 대표의 문재인 전 대통령 방문에도 불구하고 친문계의 직격이 줄을 잇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호위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공격을 당했던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혀 굽히지 않고 이재명 대표에게 일침을 놓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지 안타깝다.
말로만 하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민주당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 이견을 내는 이들을 향해 "자당 흔들기로 언론을 타는 것은 정치인이 망하기 시작하는 첫 걸음"이라며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며 맹폭격을 가했다. 이 대표 주변의 친명계 인사들을 '아첨꾼'으로 규정할 정도로 임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초일극체제'에 대한 불편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민주당에 복당한 김경수 전 지사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의 다양성 문제와 관련해 "대표나 당 지도부 몇 명의 생각만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우리 당 의원들과 당원들, 지지자들까지 폭넓게 동의를 구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가 구축해 놓은 친명 '초일극체제'를 직격했다. 그는 "요리 하나만 보고 국민들이 손을 뻗겠나"라며 "다양한 요리가 있을 때 국민들이 이 요리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요리를 보면서 그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비유를 들며 마치 최근에 큰 흥행을 기록한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을 암시하는 듯 했다.
데이터로 보더라도 이재명 대표 체제가 심상치 않다. NBS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이재명'이라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았으며, '김문수'(12%), '오세훈'(8%), '홍준표'(7%), '한동훈'(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대표가 거론되는 인물들 중 가장 높기는 하지만 김문수, 오세훈, 홍준표, 한동훈을 더하면 33%로 이 대표와 차이나지 않는다. 탄핵 심판 국면에서 이 대표의 경쟁력을 난공불락으로 기대했던 민주당 내 반응이 달라지는 배경이다. 김경수 전 지사, 김두관 전 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은 앞 다투어 호남으로 달려가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아성으로 자처되는 곳이다. 비명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이유다. 대구 집회에서 보수의 심장으로 우뚝 선 전한길 일타강사가 광주광역시 집회에 참석하면 민심은 또 어떻게 변할까. 이재명 대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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