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대구 첫 실외 조리 전면 허용 "상권 활성화" VS "주민 피해"

입력 2025-02-10 17:09:37 수정 2025-02-10 21:20:19

지난달 31일~이달 20일 개정안 입법예고…3월 임시회 때 의회 상정
지역 전문가 "옥외조리시 오염물질 필연적…저감 시설 설치 유도해야"

대구 수성구청 전경.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청 전경. 수성구청 제공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수성구청이 옥외 조리행위를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조례가 개정되면 수성구 내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서 신고만 하면 옥외 조리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옥외 조리행위로 인한 민원 발생과 환경오염 우려가 나온다.

◆수성구, '옥외영업 조리행위' 확대 추진

수성구청은 지난달 31일 '수성구 식품접객업 옥외영업 조리행위 허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를 공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조례 개정안에는 옥외 조리행위 허용범위를 기존 들안길, 수성못 지역 음식점에서 수성구 전체로 확대하고 들안길은 옥외 조리행위 시간을 기존 자정에서 새벽 3시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들안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자정까지 옥외 조리행위가 가능하다. 수성구청은 오는 20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다음달 열리는 수성구의회 임시회에 개정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현재 옥외영업은 다른 법령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신고를 통해 누구나 가능하지만 옥외 조리행위는 대구에서 수성못과 들안길에서만 가능하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성구에 옥외영업이 신고된 업소 수는 모두 65곳이다. 들안길 및 수성못이 33곳이고 나머지 지역의 경우 범어1~4동 8곳, 만촌1~3동 3곳, 수성1가, 2·3가, 4가동 5곳, 중동 2곳, 상동 1곳, 파동 1곳, 지산1·2동 3곳, 범물1·2동 2곳, 고산1~3동 4곳, 두산동(들안길 외) 3곳 등이다.

옥외 조리행위 허용 소식을 들안길과 수성못 식당가는 반기는 반면 다른 곳 자영업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들안길과 수성못, 도시 외곽 교외 식당이 아닌 주택가와 밀집한 곳은 정책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성구 중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보통 식당 영업하는 사람들 90%가 일반 상가에서 한다. 가게 문 앞에 테이블 몇 개 놓는 것도 인도 점유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힘든데 옥외 조리행위가 풀린다고 해도 체감하는 식당이 몇 곳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들안길이나 주차장 넓고 주변에 주택가가 없는 교외 식당들에게나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소음·악취에 조리 과정서 유해물질 발생 우려

일각에서는 수성구 전역에서 옥외 조리행위가 가능해지면 주택가를 중심으로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들안길의 경우 옥외 조리행위 허용시간이 다음날 새벽 3시까지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소음과 냄새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수성구 상동에 사는 정훈조(64) 씨는 "들안길도 주변에도 빌라촌과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허용시간을 왜 늘리려 하는지 의문이다. 새벽 3시 까지 연장하면 술자리만 길게 이어질 것"이라며 "들안길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데, 밤에 바람 타고 음식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할 것이다. 시끄럽고 악취 심하고 하면 이웃들하고 얘기해서 바로 구청에 민원을 넣겠다"고 말했다.

옥외에서 조리를 할 경우 조리 시 나오는 유해물질에 주민들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진우 대구보건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옥외조리를 할 때 연소가 발생하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필연적으로 나온다. 겨울철에 비닐막을 쳐서 환기가 안 되는 환경에서는 이용객이 유해 물질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며 "음식을 조리하는 곳의 근처에 주택가가 있으면, 다른 일반 환경에 있는 주택보다 유해한 환경에 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균 계명문화대학교 스마트환경과 교수는 "실제로 조리흄(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이 대기에 그대로 나가는 것은 대기 환경과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환경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조리급식시설에 후드나 유해 방지 시설을 다는 지침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오염물질, 악취 관련 법이 더욱 엄격해지고 기준치도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음식점은 대기 오염 관련 법으로 규제할 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 불편 해소와 건강 문제를 고려해 저감 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조례 설치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성구청 측은 들안길과 수성못을 제외한 옥외영업 신고 음식점들은 상가 밀집지가 아니어서 민원 발생 소지가 적고, 과거에도 옥외영업 및 조리행위로 인한 민원은 거의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옥외 조리행위는 인덕션과 휴대용 가스버너로만 가능하며 숯불을 이용하거나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화기 종류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 추진은 들안길 일대 상권 활성화 차원이며, 민원 발생 시 적극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