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열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꿈인가 생시인가, 하늘이 준 것인가, 때가 온 것인가, 구름 안개 걷히는 것인가.… 대한 광무 11년(1907년) 새 봄의 제일 좋은 소식은 하늘에서 온 복음을 소리쳐 전하는 것이로다. 이 소식이 무슨 소식인고, 이 소식이 무슨 소식인고. 이러한 좋은 소식을 우리는 급히 말하지 않을 수 없음이오.… 이 소식은 다름이 아니라 대구광문사 부회장 서상돈 씨 등이 단연 동맹한 호소식이다.… 우리 감히 믿노니… 20세기 오늘의 세계에 대한국민 명예로운 이름이 전 지구에 찬란히 빛나리니 장하도다."
1907년 2월 25일 《황성신문》은 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대한제국 한 해 예산에 맞먹는 1천300만원이란 나랏빚을 갚기 위해 금연 운동을 제안, 실천한 대구의 김광제·서상돈 두 지도자의 국채보상운동을 마치 '하늘의 복음'처럼 여겼던 논설이다. 국채보상운동은 2천만 대한국민의 동참으로 나랏빚을 갚으려 했던 범국민적 국권회복운동이었다.(〈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의 소식지 《천둥소리》 이름도 이 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국채보상운동을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연중 여는 〈이달의 독립운동〉의 첫 번째인 〈1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했다. 서상돈 지사가 처음 국채보상운동을 제안한 날이 1907년 1월 29일이다. 지난 1월 23일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는 〈큰 울림의 시작, 국채보상운동〉이란 이름으로 강경애 국가보훈부장관과 이종찬 광복회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118년 전 선조의 국권회복을 위한 애국적 나눔 운동의 정신이 다시 하늘의 복음처럼 전파되어, 혼란스러운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되새겼다.
을사년 2025년, 대구에서는 또 다른 기념할 일이 있다. 1915년 음력 1월 15일(양력 2월 28일) 앞산 안일암에서는 비밀결사인 조선국권회복단(통령 윤상태)이 결성됐다. 6개월 뒤인 그해 음력 7월 15일(양력 8월 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는 1910년대 최대 무장 항일 단체로 평가받는 대한광복회(총사령 박상진·조선국권회복단원)가 출범됐다. 이들 두 비밀결사는, 일제 총칼의 무단(武斷) 탄압 정치가 난무하고, 식민 지배 34년 11개월여 기간 중 애국지사에 대한 사형 선고가 가장 많았던 1910년대 한복판에 조직됐다. 이러한 엄혹한 때에 두 단체가 대구에서 출범한 것은 당시 대구의 항일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숱한 애국지사가 헌신한 이들 두 단체가 올해 결성 110년을 맞았다.
이들 세 국권회복 활동은 대구에서 알려진 독립운동 역사 자산의 일부이다. 을사년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채보상운동은 '1월의 독립운동'으로 뽑혀 지난 1월 23일 기념식이 성대히 열렸다. 역시 광복 80주년 기념 '7월의 독립운동'에 선정된 대한광복회도 행사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조선국권회복단 기념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특히 대한광복회 발상지 달성공원에는 표지석조차 없다. 지난 2018년 출범한 대구의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해마다 달성공원에서 8월 25일 대한광복회 결성을 기념하면서 표지석 설치를 지난 2021년부터 대구시 등에 요청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다.
2025년 을사년 올해, 대구의 소중한 역사 자산이자 결성 110년을 맞은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에 대한 마땅한 대접과 관심을 바란다면 과욕일까?
댓글 많은 뉴스
"尹 탄핵 반대" 대구 집회 다음은 광주…여당 "언론, 최대 인파 대구 집회 외면해"
무너진 법과 상식, 국가 리더십 실종…국민들 광장으로 쏟아졌다
이재명 "尹 친위군사쿠데타·주4일제·국민소환제·30조원 추경" [전문]
'尹 검찰총장 후회' 文 고백에…김동연 "마음 아파"
2030 동대구역 모인 이유는…"尹 석방·자유민주주의 수호"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