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의·정갈등에 한숨 길어지는 지역 의료복·의료기기 생산업계

입력 2025-02-11 18:30:00 수정 2025-02-11 19:28:56

지난해 2월 6일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발표 후 1년
"의사 가운 매출 10분의 1로 토막", "산업 전반적으로 위축"
오는 14일 정부·의료계 합의점 찾을지 관건

의정갈등이 계속되며 전공의 이탈 상황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난 4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과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의정갈등이 계속되며 전공의 이탈 상황이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난 4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과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醫政) 갈등이 1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 의료복· 의료기기·의료소모품 생산 업체 등 관련 업계의 고심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입는 가운 등 의료복을 생산하는 지역 업체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 상당수는 중소업체이기 때문에 속절없이 길어지는 의정 갈등에 타격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구 서구에 있는 한 직물업체 A 사장은 "지역을 비롯한 전국에 있는 대학병원을 상대로 의사 가운, 간호사복, 환자복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데, 전공의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의사 가운 부문에서 매출이 의·정갈등 이전보다 10분의 1은 감소한 것 같다"며 "환자복이나 환자용 이불 등 매출도 상당히 타격을 받았다"며 했다.

이어 "계약서 상에 수량이 조절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존 계약 수량에서 최종 납품이 이뤄지지 않은 수량 만큼의 금액을 보전 받을 수 없다"며 "현재는 군복, 군인용 속옷 생산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운영돼온 유니폼 업체의 B부장은 "우리는 거래 대상이 중소병원이 80%고, 나머지가 대학병원인데, 1년 전부턴 더더욱 중소병원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다"며 "의정갈등 정국이 길어지다 보니 투자를 할 때도 리스크를 안고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업 운영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라고 했다.

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행하는 수술에 들어가는 의료기기 및 의료소모품을 생산하는 지역 내 업체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내시경 관련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지역 업체의 C대표는 "보통 내시경 수술은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많이 행해지는데, 이번 의정갈등으로 수술 자체가 줄어 내시경 절개도(刀) 등 관련 기기나 소모품의 거래액이 지난해 2분기 기준 이전보다 40% 줄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 등으로 타깃을 돌려 전체 병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 내 의료기기 제조업체 D이사는 "정형외과 수술할 때 사용하는 드릴, 척추 수술할 때 쓰는 쉐이버 등 품목은 매출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해외 수출로 만회를 해왔는데 최근 전쟁, 미·중 갈등, 미국 관세 등 국제 정세가 불투명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처음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버텨왔는데, 현재는 외주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전엔 외주로 해왔던 영업을 생산·제조업체가 직접 뛰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없어 업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