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선거 부정 검증 않겠다면 尹 탄핵 심판 접으라

입력 2025-02-06 05:00:00

부정선거 의혹 검증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21대 총선 당시 인천 연수을 선거구 투표자 수를 검증해 달라는 신청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기각(棄却)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21대 총선은 물론 22대 총선까지 포함한 인천 연수을 선거구 투표자 검증을 다시 신청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부정선거 검증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宣布)한 핵심 이유의 하나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불법 체포에 응한 지난달 15일 공개한 육필(肉筆) 원고를 통해 "선거 소송의 투표함 검표에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고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라며 "발표된 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자 수의 일치 여부에 대한 검증과 확인을 거부했다.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정당성을 갖추려면 부정선거 의혹의 사실 여부 규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1차 검증 신청을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기각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중앙선관위가 헌재와 법원이 하라고 하면 검증에 응하겠다고 했는데도 그랬다는 사실이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서버 공개를) 선관위가 안 하는 게 아니라 주요 기반 시설의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라면서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우리 서버에 대한 부분 검증을 하겠다고 하면 절차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發付)하면 거기에 따라 적극적으로 응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할 때마다 부인하며 검증을 회피(回避)해 온 선관위가 내키지는 않지만 어쨌든 검증을 받겠다고 했는데 헌재는 왜 윤 대통령 측의 투표자 수 검증 신청을 기각했을까? 더구나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투표자 수 검증은 복잡한 문제도 아니다. 대상이 많지 않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신청을 기각한 의도는 한 가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탄핵 심판을 하면서 탄핵소추 사유인 계엄 선포의 핵심 사유의 정당성을 따져보지 않겠다는 것, 한마디로 공정한 탄핵 심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벌이는, 탄핵 심판이라는 허울을 쓴 '정치 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법의 정치화'가 최고 헌법기관에서 벌어지고 있음이 계엄·탄핵 정국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사법의 죽음이요 법치의 사멸(死滅)이다.

이런 의심이 부당하고 억울하다면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재신청을 신속히 수용하면 된다. 그것이 헌재에 쏟아지고 있는 국민적 의심을 조금이나마 벗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