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청사 건립 예정지,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재지정… 달서구 반발

입력 2025-02-05 17:45:55

향후 5년간 거래 시 시·군·구청장 허락 구해야… 주민들 "이미 빈집 문제 심각… 언제 개발되나"
달서구의회 즉각 재지정 취소 요구
대구시, 지정 취소 계획 없어… "신청사 준공 밀리며 재지정 불가피"

5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감삼동 일원. 주민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철거 표시가 된 미용실과 약국, 병원이 보인다. 정두나 기자
5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감삼동 일원. 주민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철거 표시가 된 미용실과 약국, 병원이 보인다. 정두나 기자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와 주변 지역이 재차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앞으로 5년 동안 거래 일부에 제한을 받게 됐다. 대구시는 투기 우려를 이유로 재지정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와 동네 슬럼화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 예정지와 그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곳은 지난 2020년 2월 처음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지난 4일 기한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이날 재지정으로 오는 2030년 2월 4일로 만료 시점이 연장됐다.

대구시는 신청사 준공 시점이 2030년으로 늦춰지면서 투기 발생 우려를 감안해 거래제한 연장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에 포함돼 토지거래를 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은 달서구 두류동, 감삼동, 성당동 일대 169만3천736.2㎡다.

달서구에서는 주민 재산권 침해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지정되면 개발이 제한되고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지정 기간 동안은 다른 곳에 비해 부동산 가치 상승 폭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슬럼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5일 방문한 허가구역은 빈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주민들이 이용하던 병원과 약국 벽에는 '철거'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고, 인근 빌라와 주택에는 철제 펜스가 세워져 접근이 어려운 상태였다. 셀 수없이 늘어진 빈집 앞에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와 담배꽁초, 쓰던 마스크가 나뒹굴고 있었다.

빈집 앞을 지나던 주민 A(75)씨는 "빈집이 많이 늘어 주변이 으스스해 겁이 날 정도"라며 "이대로 두면 빈집이 더 늘테니 빨리 개발해야 하는데, 토지 거래 규제가 길어진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손범구 달서구의원은 "신청사 예정지는 부동산 투기의 조짐이 전혀 없는데, 대구시가 부당하게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며 "신청사 유치를 빌미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약속된 개발 대금을 받지 못한 일부 주민은 끝내 목숨을 잃기도 했다"며 지정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신청사가 준공되기 전까지 재지정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거래 구역 연장도 불가피해졌다"며 "사업 시행 부서와 달서구의 의견을 검토한 끝에, 신청사 개발 전까지는 토지거래 시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구역.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
지난 5일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구역. 대구시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