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배형욱] 포항 경제 위기 심각한데 시의회는 '사분오열'

입력 2025-02-06 15:37:58 수정 2025-02-06 18:59:20

올해 첫 공식 일정 간담회에 과반 겨우 넘긴 17명 참석…시무식엔 고작 15명

배형욱 기자
배형욱 기자

최근 경북 포항시의회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포항은 지금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포항을 구하기 위해 작은 힘도 놓치지 않고 모아야 하지만 그 중심에 서야 할 시의회의 모습은 한심하다.

포항은 최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포항 경제의 핵심이었던 철강 산업은 중국의 덤핑 공세 등으로 인해 깊은 침체에 빠진 지 오래다. 한때 영원히 타오를 것 같았던 포항제철소의 불꽃도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이 폐쇄됐고, 현대제철 2공장도 문을 닫았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기대했던 2차전지 산업마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겨우 7억 원에 그쳤고, 에코프로 역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급한 사안이다.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전액 삭감된 479억 원의 예산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포항시민 전체가 나서도 부족하다. 여기에 얽힌 어민 등의 민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설상가상으로 탄핵 정국으로 국내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미국에서는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며 대외 불안 요소까지 커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지금, 지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포항시의회는 시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분열과 대립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현재 포항시의회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장단과 초선시의원들이 중심이 된 A그룹, 같은 당이지만 비주류로 밀려난 다선시의원들의 B그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소수당 시의원들로 구성된 C그룹이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제각각 자신들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반목하며 시의회를 모래성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내부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태다. 올해 첫 공식 일정이었던 지난 4일 제321회 임시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간담회에는 전체 시의원 33명 중 17명만이 참석했다. 애초 14명만 참석했다가 나중에 3명이 추가로 들어와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다. 불참 시의원 16명은 민주당 등 소수당 시의원들과 국민의힘 소속 다선의원들이었다.

지난 1월 6일 열린 시의회 시무식도 마찬가지였다. 포항시장, 경북도의원, 간부 공무원, 시민단체장 등이 참석한 자리였지만, 정작 시의원은 15명만 나와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욱이 제9대 후반기 시의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단체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점은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이는 시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시의회가 이토록 갈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있다.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골, 초선시의원들이 주요 위원회 직책을 차지하며 다선 및 소수당 시의원들과 빚어진 갈등, 유력 정치인이 시의회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는 분석 등이다.

현재 포항 시민들은 시의회가 갈등으로 감정을 소모하며 싸우다 언젠가 화해하기까지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김일만 시의회 의장은 본회의 개회식에서 "2025년에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지역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더 나은 포항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 말처럼 되려면 시의회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원팀'이 돼야 한다.

쟁의를 멈추고 협치를 복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포항시의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