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근로자, 고령자 비율 높아 특히 위험
지역 의료계 "한파로 독감 늘면 폐렴 합병증 위험도 ↑…예방접종 필수"
대구경북이 4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배달기사나 주차관리요원 등 야외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은 한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앞서 겨울 독감이 유행하던 상황에서 이날 한파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독감의 단골 합병증으로 꼽히는 폐렴 확산 우려가 나온다.
◆"추워서 이발도 미뤘다"…맹추위 직격탄 맞은 사람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경북 북부 지역에는 한파 경보, 대구 전역과 나머지 경북 시군에는 한파 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대구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올 겨울 들어 이날이 두번째다.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례적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주차관리요원이나 배달기사, 폐지 수집 등 밖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편이다.
4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달서구의 한 공공주차장에서 주차관리를 하던 진영배(57) 씨는 덥수룩한 머리에도 이발을 미뤘다고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머리라도 조금 길면 뒷목이 따뜻해 일할 때 좋지 않을까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 진 씨가 있던 달서구 모다아울렛 앞은 워낙 추웠다. 바람을 막아줄 건물이나 나무도 없이 넓은 도로에서 진 씨는 살을 에는 듯한 강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진 씨는 "주차관리와 청소 업무를 같이 하는데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담배꽁초가 땅에 얼어붙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등 추운 날 일이 특히 힘들다. 강풍에 대형 쓰레기가 날아와 차량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적잖다"고 말했다.
배달기사의 경우 추운 날씨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탓에 이들이 느끼는 추위는 더 극심하다.
이날 대구 서구에서 만난 50대 배달기사 오모씨는 얼굴에는 발라클라바(머리와 목, 어깨를 덮는 방한모)에 두꺼운 패딩과 장갑을 끼고 있어 눈 말고는 맨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 씨는 "오늘 날씨가 워낙 추워 식사 때에 비해 비교적 한가한 오전이나 늦은 밤 시간은 아예 콜을 받지 않고 몸을 녹이러 실내로 들어가는 기사들이 많은 것 같다. 빠르게 이리저리 다니는 일이다 보니 아무리 껴입어도 몸에서 한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위에 독감 걸리면 폐렴 전이 가능성…전문가 "예방 접종 필수"
갑작스런 한파가 위험한 것은 동상이나 저체온증 등 단순 한랭질환 뿐 아니라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3일 가수 구준엽씨의 아내인 대만 여배우 쉬시위안이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인한 폐렴으로 숨져 독감과 폐렴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폐렴구균 감염증(이하 폐렴) 발생 사례는 증가 추세다. 2021년만 해도 8건에 그쳤던 대구 폐렴 발생건수는 2022년 17건으로 폭증한 뒤 지난해에도 18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한 달 새 2건이 추가됐다.
폐렴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높은 독감 환자도 올해 들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방역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주차 기준 전국의 독감 의사환자(ILI) 분율(전체 환자 1천명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은 86.1명으로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 2주차(13.6명)에서 크게 늘었다. 독감 유행 기준이 8.6명임을 감안하면 독감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역 의료계는 결국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금처럼 겨울 독감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한파까지 겹칠 경우 폐렴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적잖다는 것이다.
이준엽 이준엽이비인후과 원장은 "고령자의 경우 폐렴 유병률과 치명률이 모두 높다. 만 65세 이상에 폐렴구군 백신 접종이 무료인 것도 그만큼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라며 "추운 날씨로 독감 환자가 늘면 폐렴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합병증으로 피해를 키우지 않으려면 예방접종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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