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혼란 줄었지만 '불안한 평화'에 적응된 환자들
상급종합병원들 "의정갈등 이전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
사직 전공의 "정부에 실망감 깊어…불신 어찌 해소할건가"
"코로나19 때와 또 다른 의미의 '뉴 노멀'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일 대구 시내 개원의 A씨는 지난 1년간의 의정갈등 상황을 '뉴 노멀'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지금의 상황이 그 누구도 겪지 못한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였다. A씨는 "전공의들이 사직한 초기에는 환자들이 '가벼운 병은 선생님에게 오면 되는데 큰 병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두렵다'고 했고 실제로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에 익숙해지자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는 분위기라는 게 A씨의 분석이다. A씨는 "이제는 환자들도 '큰 병원은 어차피 바로 진료 못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힌 것 같다"며 "얼렁뚱땅 의료전달체계가 자리잡혀가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는 솔직히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고 의대 정원을 더 늘리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2월 6일이었고, 이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대생들이 휴학을 선언한 게 지난해 2월 중순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의정갈등 초기의 극심한 혼란은 잦아들고 사람들은 현 상황에 어느정도 적응했다지만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날 대구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의 1층 로비와 접수 창구는 설 연휴 이후에 진료를 예약한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의정갈등 이전보다는 60~70%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이 병원의 설명이다.
이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전보다 진료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전공의가 아예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의정갈등 이전으로 다시 규모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지난 1년간 혼란과 불안에 적응해버렸다. 경증은 1차의료기관에 먼저 가야 한다는 걸 정부의 홍보를 통해서 알고는 있지만 만약 큰 병이 발견됐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불안함을 표시했다.
한 40대 환자는 "의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료의뢰서 등을 챙겨 병원에 왔지만 원하는 날짜에 외래 초진을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대학병원 같은 데서 진료받는 게 쉽지않다는 게 다른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게 우리나라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중 일부는 일반의로 병·의원에서 일하거나 남자들의 경우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의정갈등을 벌여놓고는 수습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했다는 데서 전공의들이 실망한 부분이 크다"며 "사태가 해결되려면 전공의들이 품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정부가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은 무효"…尹 구속 후 첫 주말집회, 궂은 날씨에도 부산역 뒤덮은 인파
[계엄 두 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다른 尹 지지율
홍준표 "역시 MBC는 못믿겠다…중요 발언 편파적 편집"
[단독인터뷰] 그라운드C 김성원, 헌법재판소 편향성 저격… "국민이 납득할 수 있나" [영상]
이준석 "케네디, 오바마도 40대에 대통령"…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