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 시 대응 어려워…市民 불편·안전 우려 커져
부산 이어 동대구역도 위험? 전문가 "또다시 통신 대란 가능성"
예견된 대규모 인파에도 통신사 대응 미비…반복되는 통신 대란
대규모 행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네트워크 마비
부산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중 이동통신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해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을 지나던 시민들까지 통신 두절로 업무와 일상에 차질을 빚으면서 통신사들의 사전 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일 부산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에는 경찰 추산 약 1만3천여 명이 몰렸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집회 시작과 동시에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네트워크가 마비되면서 현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음성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와 모바일 데이터 사용까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가자 김모 씨(52)는 "가족에게 도착했다고 연락하려 했는데 전화가 전혀 걸리지 않았다.
급히 연락할 일이 있었지만 방법이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 박모 씨(47)도 "배달 주문을 받아야 하는데 데이터가 안 돼서 결제가 안 되고, 고객과 연락도 안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역을 이용하려던 시민들도 피해를 봤다. 한 대학생은 "지하철을 타려고 교통 앱을 켜려 했는데 인터넷이 안 돼서 시간표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통신 장애로 인해 카드 결제가 지연되거나 길 안내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예상치 못한 불편이 잇따랐다.
이처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사전에 기지국 용량을 확장하거나 이동식 기지국을 배치해 트래픽을 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부산 집회에서는 이러한 대비책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용량 초과 시 자동으로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예상된 대규모 인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식 기지국을 배치하려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단기간 열리는 집회나 행사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기본적인 통신권을 침해하는 문제로, 특히 긴급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긴급 전화를 걸지 못해 불안해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119나 112에 전화할 수도 없을 텐데,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나 집회 때마다 통신 장애가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T 전문가 김모 교수는 "콘서트, 스포츠 경기, 대규모 집회 등 사람이 몰리는 상황은 예측이 가능하다. 통신사들은 이를 고려해 이동식 기지국을 사전에 배치하고, 긴급 통화를 우선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별도의 통신망 확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이동통신사들에게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 시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통신사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긴급 상황에서도 원활한 통신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오는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또 다른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 부산에서 벌어진 통신 마비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부산에서와 같은 네트워크 마비 현상이 대구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동대구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통신 장애로 인한 불편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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