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중국, 챗GPT 아성에 도전…엔비디아 시총 3위로 내려앉아

입력 2025-01-28 10:00:00

딥시크 앱스토어 순위 챗GPT 제치고 1위
수출 제재에도 가성비·성능 월등한 서비스 구현
'AI 성능=GPU 투자' 공식 깨져 엔비디아 타격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 로고. 로이터통신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 로고. 로이터통신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 seek)가 세계 경제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딥시크가 출시한 최신 모델이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 투자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며 혁신을 선도하던 미국 빅테크의 행보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빅테크가 이끌던 미국 주식시장 투자심리도 얼어 붙었다.

◆ 딥시크, 챗GPT 넘어서나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 앱이 챗GPT를 제치고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는 이날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딥시크가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R1 시리즈를 출시한 지 일주일만이다.

딥시크-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서면서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AI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딥시크에 대해 중국의 기술 진보를 보여주는 '이정표'라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미국의 수출 제재로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된 반도체가 사양이 낮은 구형이라는 점과 개발 비용이 오픈AI의 10분의 1 미만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외신은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보다 첨단 칩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챗봇을 만들어 미국의 AI칩 수출규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딥시크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딥시크-V3가 보여준 혁신은 AI 개발이 대규모 칩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엔비디아 젠슨황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황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 엔비디아 시총 846조 증발

AI 시대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6.97% 폭락했다.

시가총액도 2조9천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4일보다 5천890억 달러(846조6천875억원)가 증발했다.

이날 시총 감소분은 뉴욕 증시에서 역대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로, 지난해 9월 3일 엔비디아의 시총 감소분 2천79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시총 순위도 1위에서 단번에 3위로 주저앉았고 4위 아마존(2조4천750억 달러)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또다른 AI칩 기업으로 부상한 브로드컴 주가도 약 17.4% 폭락했지만, 엔비디아 주가의 낙폭은 AMD(-6.37%), 퀄컴(-0.54%), ASML(-5.75%) 등 다른 반도체주보다 컸다.

딥시크의 출현으로 'AI 성능 향상을 위해 무조건 비싼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의 공식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던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보고서에서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해 "고성능 칩과 방대한 컴퓨팅 파워, 막대한 전력에 의존하는 현행 AI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혁신적 파괴자가 될 수 있다는 즉각적인 우려가 제기됐다"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 연구기관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엔비디아에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미국 증권시장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9,341.83에 거래를 마쳤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8.96포인트(1.46%) 내린 6,012.28에 마감했다.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33(0.65%) 오른 44,713.58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