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노동자 실태 살펴보니…브로커 활개·임금 체불도

입력 2025-01-27 10:46:26 수정 2025-01-27 10:47:27

욕설·폭언, 계약 외 불법 근로, 임금 착취 등 열악한 노동환경 드러나
브로커 없이 인력 수급 한계…일부 지자체 성공 사례 표준화 목소리도
한국 내 계절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 부각…송출국 등 국제적 여론 질타

8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월동무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월동무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계절노동자 수가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입국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으로 임금 착취, 불법적 계약 등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고용주의 폭언·폭설 등 인권 침해와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27일 농어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지 불과 십 년도 채 되지 않아 전국 농어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력이 됐다. 농어촌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들 외에는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계절노동자 관련 법령 미비로 직접 관리에 나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력 수급과 관리를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브로커들이 활개 치면서 ▷여권·통장·아이디 카드 관리 ▷임금 중간착취 ▷체류 기간 연장 빌미로 수수료 요구 등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대상으로 불법 행위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브로커 문제뿐만 아니라 제조업 대비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저임금, 고용주의 인권침해 등도 다수 발생하면서 2024년 기준 무단이탈이 584명으로 전체 계절노동자 중 1% 수준에 달했다.

고용주 문제의 경우 폭언·욕설과 강압적 지시는 예사고, 계약된 본업이 아닌데도 밭일이나 집안일을 강요하거나 배정받은 장소가 아닌 다른 사업장으로 몰래 돌려서 중개 수수료를 받는 사례도 적발됐다.

하루 10~12시간 정도 고강도 노동을 하고 별도의 중간 휴식도 없이 점심으로 라면만 먹고 일을 해온 사례도 있었다. 어업의 경우 선주가 직접 여권, 외국인등록증, 월급통장을 수거해 소지·보관한 사례들도 확인됐다.

전남도의 경우 2024년 1월 15일부터 31일까지의 기간 동안 도내 19개 시군 계절근로자 2천539명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금 착취 59건, 임금체불 6건, 여권·통장 압수 23건, 폭언·폭행 1건의 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알려지면서 계절노동자 송출국과의 국제적 문제로도 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송출국 중 한 곳인 필리핀 정부는 한국 내 자국 계절근로자에 대한 불법 채용, 노동, 복지 관련 문제에 대한 여러 제보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행정 명령을 내려 노동자 송출을 제한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박지원·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관련 토론회를 개최, 계절노동자 운영 실태를 알리고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외국인 계절노동자제도 개선을 통해 이들의 인권과 처우 개선이 이뤄지고 우리 농어가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이탈을 막고 인권 침해 방지에 성공한 곳도 있다.

경남 거창군의 경우 브로커가 관리자라는 명목으로 계절노동자의 통장과 여권을 빼앗아 임금을 갈취하면서 집단 무단이탈이 발생하자, 농촌인력 전담 조직을 신설해 브로커 접근을 차단했다.

아울러 결혼이주민을 활용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상담실을 운영하고 지원 조례를 개정해 인력 수송 및 행정절차 비용 지원, 보험료 지원 등을 강화했다.

계절노동자에게 부담이 되던 송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항공권을 선 지원하고 수수료 없이 첫 월급에서 공제, 근로자 관리를 위한 송출국 관리자 파견과 거창군에서 비자 취득을 직접 안내 했다. 특히 2024년부터는 근로자를 아예 현지 면접으로 선발하면서 브로커 개입 여지를 없앴다.

이어 폭행, 성추행 등 인권 침해 발생 시 담당 공무원이 농가를 방문해 확인하고 고용주와 계절근로자 즉시 분리 및 법적조치와 근로자 재배치까지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공공형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임금체불 문제도 지속적일 경우 고용노동청에 고발 조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