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국채보상운동 발상지 대구경북, 독립운동 상징성 대단히 커"

입력 2025-01-23 17:56:03 수정 2025-01-23 18:33:47

"신암선열공원 인프라 확충…국립구국운동기념관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

강정애 국가보훈부장관이 23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 도서관 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관을 방문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강정애 국가보훈부장관이 23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 도서관 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관을 방문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한제국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던 1907년, 이곳 대구에서 나라의 희망을 되찾으려는 거국적 움직임이 있었다. 온 겨레가 하나 돼 국난 극복에 함께했던 국채보상운동처럼, 지금 우리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국민통합과 나라 발전을 위해야 한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3일 국채보상운동 기념행사가 열린 대구를 찾아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강 장관은 매 발언마다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이 이어지는 요즘, 이를 극복하려면 분열된 국론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광복 80주년인 올해 국가보훈부가 보훈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난 극복에 항상 앞장섰던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는 당부를 거듭 남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보훈부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첫 행사로 국채보상운동 기념행사를 열었다. 올해 특별히 선정하는 '이달의 독립운동'에도 국채보상운동을 전면 배치했는데, 이유는?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진 빚 1천300만원을 갚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전개한 독립운동이다.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이 드러났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국채보상운동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면, 국민통합을 위한 교훈과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1월 국채보상운동에 이어, 이달의 독립운동 7월에는 대구에서 최초 결성된 '대한광복회 조직'이 선정됐다. 대구 시민들이 각별하게 여기는 독립운동이 연달아 주목받게 됐다.

▶광복회는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독립군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 설치를 꾀했다. 당시 군자금 모집과 친일세력 처단을 위해 목숨 건 선열들의 노력과 희생은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대구에서 시작된 여러 독립운동이 잇달아 선정된 건, 그만큼 독립운동사 속 대구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오늘 행사에 국채보상운동 진품 기록물이 전시됐다. 비교적 최근 자료임에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국채보상운동은 독립‧평화‧비폭력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한 민족운동으로,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것이다. 전 국민이 국난 극복의 주체로 나서는 우리 민족의 '책임의식'을 보여줬다는 점, 경제적 구국운동의 효시로써 후대 물산장려운동‧금모으기 운동으로 계승된 점 등도 큰 의미를 지닌다.

-대구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시조부 권준 장군이 대구경북지역을 지키는 제50보병사단 초대 사단장이다. 권 장군은 광복회와 의열단 조직에 관여한 뒤 광복군 창설과 함께 임시정부에 참여했다. 광복 후에는 초대 수도경비사령관을, 한국전쟁 당시엔 제1훈련소장을 역임했다. 이런 인연으로 서구 상리공원에 장군 흉상이 세워져 있고, 50사단 본청 회의실이 '권준 홀'로 명명됐다. 홀 입구에는 우리 가족이 제공한 장군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장군은 생전 독립과 호국에 모두 기여했다. 장군의 생애는 독립과 호국의 가치를 비교하며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두 가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애국'임을 보여준다.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을 비롯해 대일항쟁이 특히 거셌던 곳이다. 대구경북이 독립운동사에서 어떤 위상을 지닌다고 생각하는지?

▶대구경북지역이 독립운동사에서 지니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 을미의병, 을사의병, 정미의병이 모두 일어난 항일 의병의 중심지이고, 3‧1운동 당시 지역에선 만세 시위가 두 달간 이어지는 등 대일항쟁이 거셌다. 김창숙 선생, 신돌석 의병장, 남자현 선생 등 지역의 수많은 분이 대일항쟁에 투신한 결과 독립운동가로 서훈된 대구경북지역 출신 인물은 2천511명에 달할 정도다.

-대구 동구에 있는 '국립신암선열공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립유공자만 안장된 국립묘지다. 그 의미에 걸맞은 발전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신암선열공원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선열 52분이 모셔져 있다. 아름다운 경관을 갖췄고, 도심에 위치한 덕에 다른 국립묘지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이미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나라사랑 체험교육 장소로 인기가 높다.

편안한 휴식과 보훈의식 함양을 겸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편의시설 확충에도 힘쓰겠다. 또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운영하고 일반 참배객 등을 대상으로 '안장유공자 기일 참배' 등 다양한 보훈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3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23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국채보상운동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해 국가보훈부는 대구에 '국립구국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추진 상황은?

▶지난해 나온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예정돼 있다. 총사업비 1천552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4층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건립 이후에는 대구경북지역 국가보훈 역사와 정신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거점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

-최근 국가보훈부는 지역별로 상이한 지자체 참전명예수당을 상향 평준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 상황과 보완점은?

▶지자체 수당은 지역별 재정 여력에 따라 액수가 다른 상황이다. 대구지역 참전유공자들은 평균 21만6천원의 지자체 수당을 받고 있다. 이는 이달 기준 전국 평균액인 23만6천원에 다소 미치지 못하나, 전년 대비 5만원이 인상된 수준이다. 경북지역에선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평균 25만원의 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지난 2023년 국가보훈부의 참전수당 단계적 인상 권고 이후, 지역별 격차는 상향평준화를 통해 줄어드는 추세다. 적극 노력해주시는 대구경북 기초지자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올해 국가보훈부 업무에 중점을 둔 부분은?

▶'광복 80주년, 보훈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아래 세 가지 목표를 수립했다. 국민통합을 이끌고, 보상과 복지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보훈으로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에 보답하고자 한다. 제복근무자 등 '오늘의 영웅'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겠다.

-취임 이후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를 기부와 연계한 '모두의 보훈 드림' 정책을 추진 중인데.

▶국가유공자를 위한 기부는 헌신한 이들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에서 많은 국민과 기업이 공감한 부분이다. 이에 일상 속에서 쉽게 보훈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춰 두면, 국민의 자발적 동참을 통해 보훈 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해서 지난해 보훈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해당 정책을 운영 중이다. 금전적 기부와 재능 기부 모두 가능하도록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달의 독립운동으로 선정한 국채보상운동 역시 이 같은 슬로건,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둘 다 국민이 자발적 주체로서 나라를 위해 기부하는 행동의 일환이다.

-결국 보훈의 핵심 역할은 '국민통합'에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나라가 안팎으로 갖은 어려움을 겪는 요즘,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독립운동가 정신이 있다면?

▶시댁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으신 어른이 25분 계신데, 그중 예관 신규식 선생의 '한국혼'을 소개하고 싶다. 신 선생의 묘비에는 "힘쓸지어다 우리 동포여! 다 함께 대한의 혼을 보배로 여겨 소멸치 않도록 할 것이며 먼저 각기 가지고 있는 마음을 구해 죽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모두가 합심해 나라사랑을 실천한다면 어떤 시련에도 민족을 지킬 수 있다는 신 선생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분열과 어려움을 극복할 실마리를 준다.

이제는 우리가 '모두의 보훈'을 통해 애국을 실천하고, 국민통합을 구현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일궈낼 때다.

-새해를 맞아 대구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라가 어려울수록,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엄중할수록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가정체성을 형성하는 보훈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국가보훈부가 앞장서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겠다. 역사적으로 늘 앞장섰던 대구시민들이 대한민국 전역에 화합의 분위기를 확산하는 일에도 함께해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