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산토를 옥토로 바꾼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유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추진

입력 2025-01-23 15:26:47

윗못 표층수 수위별로 흘려 아래못과 경작지 채워…물빠짐 심한 화산토 극복
오는 4월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현장 실사 예정…못 도감 등 주민 참여 활성화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이 구축된 의성군 금성면 금성산 일대 모습. 의성군 제공.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이 구축된 의성군 금성면 금성산 일대 모습. 의성군 제공.

2천년의 역사를 지닌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을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3일 의성군에 따르면 금성산을 중심으로 한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이 지난해 12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국내 자문위원회를 최종 통과해 신청 자격을 얻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담양 대나무밭, 금산 인삼농업, 하동 전통 차농업에 이어 국내에서 6번째가 된다.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의 역사는 삼한시대 의성군 금성면에 존재한 부족국가인 조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 사화산인 금성산 일대는 화산토가 축적돼 물 빠짐이 심하지만, 연간 평균 강우량이 972㎜에 그칠 정도로 비가 부족해 논 농사나 이모작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 같은 농업 환경을 극복하고자 금성산 일대에는 1천500여개의 못과 둠벙 등이 축조됐다. 골짜기나 물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물을 가둘 수 있는 소류지를 만든 것이다.

각 소류지에는 물이 흘러 내려가는 수통을 깔고, 출수를 막는 마개인 못종을 수위에 따라 여러 개 설치했다.

소규모 저수지에 설치된 못종 모습. 의성군 제공
소규모 저수지에 설치된 못종 모습. 의성군 제공
주민들이 구성한 수리계에서 해마다 처음 저수지 못종을 뽑기 전에 지내는 첫물 지내기 행사 모습. 의성군 게종.
주민들이 구성한 수리계에서 해마다 처음 저수지 못종을 뽑기 전에 지내는 첫물 지내기 행사 모습. 의성군 게종.

못종을 뽑으면 수통을 통해 수량이 줄어든 아래쪽 못이나 경작지로 물이 내려가는 연속관개시스템이다. 흐르는 물은 못과 논을 채우며 거대한 습지 생태계를 형성한다.

특히 수온이 높은 상층부 물부터 흘러나가도록 해 농작물의 냉해 피해를 막고, 벼의 생육환경을 개선했다. 마을 자체적으로 저수지 관리 책임자인 못 도감을 정하고, 주민 자체 관리 제도인 수리계도 운영했다.

의성 전통수리농업시스템은 지난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22년에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가 지정하는 세계관개시설물유산(WHIS)에도 등재됐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과정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과정

의성군은 올해 1분기 내에 농식품부를 거쳐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사무국에 최종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 과학자문단(SAG)은 오는 4월 의성군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의성군은 사곡면과 춘산면, 가음면, 금성면 등 국가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4개면 21개 마을을 중심으로 농업유산 주민협의체를 구성 및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보전·관리에 대한 주민 참여 여부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의성군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면 전통수리농업시스템과 국가지질공원을 연계한 에코뮤지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정아 의성군 부군수는 "윗못부터 아랫못까지 물을 흘려 채우는 이 시스템은 공동체의 상생을 가장 우선시한 의성군의 가치를 보여준다"면서 "의성에코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관광자원들을 연계한 농촌관광 콘텐츠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