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는 상품과 서비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排出)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꽤나 진보적 친환경 정책으로 꼽힌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탄소세 도입을 언급하면서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철강과 자동차 산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산 철강 제품의 덤핑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철강 제품은 미국 수출 쿼터(수입 물량 할당제)에 묶여 일정량만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 탄소세까지 도입되면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미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자동차 수출 비중만 27%에 육박한다.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출을 막아 한국 자동차 및 부품 업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유리한 해석만 갖고 방심(放心)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취임 첫날 '불공정 협정'을 내세우며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파리기후협약'에서 재탈퇴한 트럼프가 탄소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얼핏 이중적으로 보인다. 사실 탄소세 때문에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린 인물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다. 캐나다는 화석연료 구매 시 탄소세를 포함한 비싼 값을 치르게 한 뒤 모인 돈을 나중에 소비자에게 환급금(還給金)으로 준다. 화석연료를 적게 쓰면 세금보다 환급금이 더 많아 이익이다. 합리적 정책으로 보이지만 국민들 반응은 달랐다. 환급금보다 당장 연료비가 비싸졌다는 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캐나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는 탄소세가 경제를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캐나다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결국 탄소세는 사라질 운명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친환경엔 관심이 없다.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을 촉진시켜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했는데, 태양광이나 풍력에 관심을 둘 리가 없다. 트럼프에게 탄소세는 무역장벽을 공고히 쌓는 명분일 따름이다. 탄소세 부담이 싫다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지구가 뜨거워지건 말건 미국에 공장이 생겨나고 일자리만 늘어나면 끝이라는 의미다. 바야흐로 지구는 극한 이기주의에 내몰리고 있다. 대가(代價)는 미래 세대가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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