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국가 핵심산업으로 부상한 배터리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미 수출은 물론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산업이 트럼프 리스크라는 새로운 악재를 맞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장벽 현실화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 시행할 주요 행정명령을 100건 이상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차전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도 있어 실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 배터리 기업이 이미 수혜를 보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유지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IRA의 경우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때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차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던 탓에 일부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규정에 직접 손을 대지 않더라도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줄일 수도 있다. 한·중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기업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 2차전지 양극재·음극재의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만큼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가 관세를 인상하면 다른 국가도 보복관세로 대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무역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대미 수출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제3국과 구축한 공급망도 위태로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흑연을 비롯한 핵심 광물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의 채굴·가공 비중이 높고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워 미국에 이미 투자한 한국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절치부심 K배터리
배터리 업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최근 '2차전지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번 TF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기업과 에코프로,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 기업이 참여한다.
최근 회의에서는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과 리튬, 니켈 등 광물 자원의 수급 동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TF는 캐즘 장기화로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취지로 발족했다.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기업은 최근 줄줄이 영업손실을 내며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선두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2천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적자는 6천28억원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3사'로 분류되는 삼성SDI와 SK온도 4분기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소재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작년 연간 영업손실 기록이 유력하다. 엘앤에프를 비롯한 다수의 소재 기업도 4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배터리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전기 충전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중국과 테슬라의 전기차 전환 속도 등을 근거로 들어 2차전지 업계 성장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낮추는 등의 정책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성장 속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정도이지 구조적인 성장 구도를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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