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명성 흠집 갈까…기술력 무장한 중국 기업 국내 진출 러시 [차이나 산업 침공]

입력 2025-01-19 18:30:00

국내 지사 설립한 샤오미, 다음 달까지 16종 상품 선보여
'저비용 고효율' 중국 제품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나
중국 반도체 기업들 약진 두드러져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오래전부터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IT 분야에서도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들은 특유의 가격경쟁력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한국 기업들도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샤오미 한국 진출 본격화…기술·가격 무장

19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IT기업 '샤오미'는 지난해 국내에서 49개 제품이 적합성평가를 받았다. ▷2020년 1개 ▷2021년 8개 ▷2022년 15개 ▷2023년 16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한국에서 방송통신기자재 등을 제조·판매·수입하려면 반드시 적합성평가를 받아야 한다.

샤오미는 올해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내수가 침체된 만큼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샤오미가 '대륙의 만물상'으로 불릴 정도로 상품군이 넓은 탓에 국내 중소기업부터 삼성·LG 등 대기업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샤오미는 다음 달까지 스마트폰, 웨어러블, TV, 로봇청소기, 보조배터리 등 5개 분야에서 16종 상품을 선보인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점이다. 샤오미의 프리미엄 라인인 'TV S 미니 LED 시리즈' 65인치는 100만원 미만으로, 삼성전자 주력인 QLED TV 65인치 정가(200만원대)의 반에 불과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저비용 고효율'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 늘어나는 추세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로보락·샤오미 등 중국기업 점유율은 67%에 달한다.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는 40대 주부 최모 씨는 "과거에는 중국 회사 제품들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가격은 기본이고 기술과 성능도 좋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AS 등 사후 서비스가 부족했지만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샤오미 스마트폰 최신 모델인 '14T' 256GB의 출고가는 59만9천800원으로, 갤럭시 S24 FE(94만6천원)보다 저렴하고 갤럭시 퀀텀5(A55, 61만82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샤오미는 특유의 가성비를 발판 삼아 아동과 노년층, 세컨드 폰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 관계자가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제품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샤오미코리아 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 관계자가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제품 '샤오미 X20 Max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기업들, 정부 지원 발판 삼아 영향력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D램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은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 및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의 경우 2020년 웨이퍼 환산 기준 월 4만장에 불과하던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20만장으로 대폭 확대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생산 능력 기준 4위에 올라섰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창신메모리의 D램 생산량이 올해 세계 총 생산량의 10%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향후 중국 기업들은 구형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활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대만 IT 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최근 창신메모리가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중국의 IT 산업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분야별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은 "그동안 중국이 '세계 공장' 역할을 하면서 길러온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IT산업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순수 소프트웨어 기술은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다. 미중 갈등 속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국 제품과 우리나라 기술을 융합시키는 것도 경쟁력을 높일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