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김수용] 깊어진 양극화와 극단주의

입력 2025-01-13 19:24:11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 격차(隔差)가 2017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 2억원을 넘어섰고, 자산 격차는 15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2억1천51만원, 하위 10%의 연평균 소득은 1천19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계층 모두 6%대 소득 성장을 보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상위 10%는 1천304만원 증가, 하위 10%는 65만원 증가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커지고, 고소득자는 금융소득과 자산 가치까지 오르면서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까지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114.8로 역대 최대치였지만 중소기업은 98.1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고환율, 국내 정치 불안 등은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어려움이 된다. 이런 생산성 격차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소득 격차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고, 중도해지(中途解止) 환급액도 40조원을 넘겼다. 2023년에 이어 역대 최대액 기록을 잇달아 깰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더 불안하다. 달러 강세 때문에 휘발유·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13주 연속 상승했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은 다시 출렁인다. 배추와 무 가격은 1년 전보다 1.5~2배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주요 국정 과제로 양극화 타개(打開)를 선언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추가 논의는 사라졌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고착화함에 따라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극화 해소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양극화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 경쟁력의 격차 때문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출발점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특정 산업의 도태(淘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 역량 역시 경제 수준에 따라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 습득 방법에 제한이 생기고, 결국 새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만든다. 부의 대물림은 경쟁력의 대물림을 가져오고, 양극화의 확대 고착을 만든다.

소득 양극화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지속 가능 성장을 저해한다. 양극화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로 이어진다. 헌법 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극화가 확대 지속되면 헌법 가치조차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정치와 종교에서 극단적 주장에 심취(心醉)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를 통한 갈등이 확대 재생산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반드시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처럼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까지 가세하면 극단주의가 판치는 심히 두려운 세상이 올 수 있다. 양극화는 결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장기적 안목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우는 시점에 이런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양극화의 해악은 마약처럼 사회에 번져 도저히 자력(自力)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