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김장호 구미시장 "과거 청와대서 생생하게 겪은 탄핵, 탄핵 능사 아니다"

입력 2025-01-12 16:11:05 수정 2025-01-12 18:34:05

박근혜 정부 마지막 청와대 행정관 김장호 구미시장 "국정 올스톱 탄핵,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이승환 콘서트 취소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 둔 행정 조치, 공연자도 책임 있는 자세 필요…
5월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빈틈없이 준비, 세계적 스포츠 행사 통해 분열과 반목 치유됐으면…

지난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김장호 구미시장이 탄핵 당시의 혼란과 무질서, 최근 이슈가 된 가수 이승환 씨 구미 콘서트 취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상준 기자
지난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김장호 구미시장이 탄핵 당시의 혼란과 무질서, 최근 이슈가 된 가수 이승환 씨 구미 콘서트 취소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상준 기자

김장호 구미시장은 13일 "탄핵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구미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김 시장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 국가의 주요 컨트롤 타워 기능은 사실상 멈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 탄핵에 따른 국가적 혼란과 무질서를 가까이서 경험했다. 그는 "탄핵은 국가경쟁력을 약화하는 걸 넘어서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진 가수 이승환 씨 구미 콘서트 취소와 관련, "표현의 자유가 시민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못 박았다. 이어 "보수 단체 항의를 이승환 씨가 냉소와 조롱성 글로 받아치면서 충돌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기에 앞서 공연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월 치러지는 아시아육산선수권 대회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분열과 반목이 치유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 시절 대통령 탄핵을 목도(目睹)했다.

▶2017년 초 행정안전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고 관저에 머물고 계실 때였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와 똑같다.

탄핵의 속살을 지켜보면서 탄핵은 국가적으로 큰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 기능이 사실상 멈춘다.

국가 주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고 동시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경제·외교·국방 등의 결정도 올 스톱된다. 특히나 진실과 가짜뉴스가 뒤섞이면서 공무원들도 극심한 혼란과 체념 감을 느끼게 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

후유증이 큰 대통령 탄핵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구미코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107돌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구미시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이 14일 구미코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107돌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구미시 제공

-지난 11월 14일 박정희 대통령 107돌 구미 문화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했는데…

▶2017년 7월 말에 청와대에서 행안부로 복귀했다. 그때는 탄핵 정국이라 모든 공무원이 청와대 파견근무를 꺼렸다.

하지만 구미가 고향이고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했던 터라 혼란한 상황에서 혹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고 청와대행을 주저 없이 택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대통령께서 청와대를 나가실 때 도열한 공무원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마음의 빚이 있어 사면(2021년 12월) 뒤 삼성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한달음에 달려가 건강을 기원했다.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김장호 구미시장은 2022년 퇴직까지 7년이나 남은 고위공무원단을 내던지고 고향 구미에서 출마, 현역 민주당 구미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가장 먼저 박정희 대통령 재평가 사업을 시정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지난달 25일 구미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수 이승환 씨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

▶모든 공연은 안전이 담보되는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시민 안전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공연 당일 보수 단체 등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 규정에 따라 필요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구미시는 이승환 측에게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서약서를 요청했는데 불발됐다. 서약서는 공연당일(12월 25일) 집회를 예정한 시민단체에게 시위 자제와 이해 협조, 이승환 씨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이승환 씨는 시민 안전에 대한 협조 요청에는 서약하지 않는 대신 본인의 SNS에 '감사합니다.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 등 해석에 따라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언급으로 시민과 관객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승환 씨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주장하지만, 구미시는 예술 공연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이승환 콘서트 취소 지지 화환 250여개가 구미시청앞 길가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다. 이영광 기자
이승환 콘서트 취소 지지 화환 250여개가 구미시청앞 길가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다. 이영광 기자

-구미시청 앞을 빼곡히 채운 화환이 이색적이다.

▶이승환 씨 콘서트 취소를 지지하는 화환이 전국에서 300여개 왔다. 물론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비판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지지 여부를 떠나 구미시의 방향은 앞으로도 확고하다. 낭만도시 구미시를 위해 모든 공연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이승환 씨 공연도 이미 7월에 신청이 왔을 때 하루 만에 대관 승인을 냈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가 돼 취소한 걸 두고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는 건 견강부회(牽強附會)다. 공인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시민 안전상의 문제로 대관을 취소했는데 '탄핵 반대도시'라며 일부 정치권에서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아 아쉽다.

아무 잘못 없는 관객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다. 구미시는 이들을 위한 초청 공연, 할인 등 구미시 차원의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5월 아시아권 육상대회가 구미에서 열린다.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는 서울과 인천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구미에서 개최된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대회는 45개국 1천200여 명의 선수단과 임원이 참여하는 아시안게임보다 등급이 더 높은 권위를 가지기도 한다.

구미시는 성공 개최를 위해 도시 전반의 환경 정비를 포함해 음식점과 숙박업소 리모델링, 간판 디자인 개선사업, 도로 재포장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회 붐 조성을 위해 '구미 박정희 전국마라톤대회', 'K-POP 페스티벌' 등 다양한 사전 행사를 준비 중이다.

구미시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도시로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 세계적 스포츠 행사를 통해 작금의 분열과 반목이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김장호 구미시장 주요 약력〉

2022 ~구미시장

2019. 경북도청 기획조정실장

2018.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지원국장(고위공무원)

2017. 청와대 행정관

2015. 행정자치부 재정정책과장

2003.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공공정책대학원 卒

1995. 지방행정고등고시 합격(1회)

1994.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