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임대형 무인창고에서 현금 수십억을 훔쳐 구속기소된 창고 관리자 심모(45)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재판장 김예영)은 9일 오전 11시 야간방실침입절도 혐의를 받는 심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심씨는 지난해 9월 창고에 있던 5만원권 현금을 여행 가방 6개에 담아 경기 부천의 한 건물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씨는 범행 이후 현금이 보관돼있던 창고에 "내가 누군지 알아도 모른 척하라. 그러면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심씨 측은 절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과 달리 약 42억원을 훔친 것만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심씨가 약 68억원을 훔친 것으로 보고 작년 10월 그를 구속기소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당초 창고에는 현금 68억원이 들어 있었다.
심씨 측은 방실침입절도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심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며 "회사도 (창고) 개방으로 사용행태를 보도록 직원에 장려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금 주인인 여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여씨 측 대리인은 "피해자는 원래 베트남에 체류 중이고 그곳에서 사업도 하고 대부업을 준비 중이다"며 "아무 근거 없이 범죄 수익이나 장물이라고 본다면 심리적으로 억울하다"고 말했다.
여씨의 대리인은 '왜 입국하지 않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작년에 주식 리딩방 사기로 재판을 받았었다"며 "물론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며 "출석이 필요하다면 입국을 권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심씨 측 주장에 대해 여씨의 변호인은 "만약 심 씨가 68억을 훔쳤다면 약 27억 정도를 미반환한 건데, 그렇게 되면 형량이 훨씬 높아진다"며 "심 씨 측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그렇게 주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현금이 범죄수익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자인 여씨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13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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