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이상원] 늘 그랬듯 인재(人災)다

입력 2025-01-16 09:32:08 수정 2025-01-16 09:35:37

이상원 경북부 기자

이상원 경북부 기자
이상원 경북부 기자

2024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 연말 전남 무안에서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비보는 전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해 181명 가운데 2명의 승무원을 제외한 17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기에 충격은 너무 컸다.

새해를 맞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까지 충격과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놓고 갖가지 말들이 나돌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참사도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와 재난의 경우 인재가 원인이 아닌 경우가 드물었기에 그렇다.

무안국제공항의 탄생 과정에서부터 폭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콘크리트 둔덕까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인재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철새 도래지에 위치한 공항 입지, 조류퇴치반 인력 부족 등의 공항시설, 미비한 항공기 정비 등등 이 모든 것이 순리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항공 사상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 같은 문제점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터이다. 우리는 항상 사고 발생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끝은 당연한 듯 인재로 드러나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지켜봐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은 선심성 공약에 의한 정략에 따라 건설된 공항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무안과 불과 50㎞ 정도 떨어진 곳에 광주공항이 있는데다 이용객도 지난 2023년 기준 24만여명에 그쳐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다.

기자는 제주항공 사고 몇일 뒤 취재권역에 있는 울진공항을 둘러보았다. 지난 2010년 준공된 울진공항도 정치적 논리로 건설돼 결국 민간 항공사의 취항없이 현재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비행훈련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활주로도 1천800m로 국내 공항 가운데 가장 짧다. 민간 항공사에서 취항할 수가 없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지난 2014년과 2019년에는 비행훈련 중이던 훈련기가 이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각각 발생해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울진 군민들은 공항 건설로 울진 발전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막상 공항이 개항하자 비행기는 구경도 못했다. 당시 교통 오지였던 울진에서 비행기를 타고 국내외를 오갈 수 있다는 기대에 찬 희망은 물거품으로 변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항공 수요를 도외시한 정치적 논리로 들어선 공항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 또한 인재라 할 수 있다. 만약 울진공항에 여객기가 취항했더라면 공항의 악조건 속에서 무안국제공항에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인재는 결국 사람이 순리와 정도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데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언제 터질지도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뒷북치기는 더 이상 되풀이 하지 말자.

이번 참사로 고귀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