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한국 경제…KDI 2년만에 "경기 하방위험 증대"

입력 2025-01-08 12:40:52

경제동향 1월호…"금융시장 동요는 제한적이나 심리는 큰 폭 위축"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경제연구원)이 새해 첫 경기진단에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를 켰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

KDI는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을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KDI는 4개월 연속 '경기 개선(세)가 제약된다'고 평가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경기 개선이 '지연된다'고 단정했다. 경기 개선의 속도가 늦춰지는 걸 넘어 아예 개선 자체가 늦어진다는 뜻이다. 또 12·3 비상계엄 직후에 발표했던 '경제동향 12월호'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에는 그 결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고 명시했다.

KDI가 이처럼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한 건 2023년 1월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해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KDI는 이번 탄핵 정국이 과거와 비교할 때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고 짚었다. 과거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2016년 당시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p) 하락한 반면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p나 하락했고,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지난해 11월 71.0에서 12월 66.0, 이달에 61.0으로 과거와 달리 큰 폭으로 내렸다.

아울러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며 경제 버팀목이던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은 장기화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0.3% 줄었다. 건설업생산은 12.9% 급감했고, 광공업생산(0.1%)은 반도체(11.1%)의 높은 증가세에도 자동차(-6.7%), 전자부품(-10.2%) 등이 감소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상품소비인 소매판매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줄어 1.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