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죄' 뺀 윤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 '정치재판' 자인하는 꼴

입력 2025-01-06 05:00:00

윤석열 대통령을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으로 탄핵소추한 국회가 "내란 혐의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내란 유무는 따지지 말고 비상계엄의 헌법 위반 여부에만 집중해 탄핵 심판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착수했다. 전국 거리 곳곳에 '내란 수괴 윤석열'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민주당 말에 따르지 않는 국무위원들을 '내란 동조자'로 지목하며 '내란 잔불 정리'를 외쳤다. 그렇게 국민을 선동하고, 국무위원을 겁박(劫迫)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유튜버들을 '내란 선전·선동'으로 고발해 놓고 막상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사유에는 '내란 혐의'를 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여러 증인을 부르고 많은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등 심리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및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윤 대통령을 탄핵해 조기 대선을 실시하려는 꼼수이다.

더구나 '내란 혐의'를 탄핵 심판에서 제외하자는 안(案)이 헌법재판관의 '권유'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재판관과 국회 측이 짜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심판만 해야 할 판사가 검사의 업무인 '기소(起訴)'까지 관여한 셈이다. 재판의 정당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만큼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 어떤 시민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데, 판사와 검사가 짜고 재판을 진행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적시(摘示)돼 있다. 탄핵소추 핵심 사유로 '내란죄'를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내란죄'를 탄핵 심판에서 임의로 제외한다는 것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효력 자체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어떤 회사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전체 노조원 투표로 의결한 '노사 협상안'을 자기 멋대로 바꿔서 회사 측과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진행한다고 가정(假定)해 보라. 노조위원장은 곧바로 탄핵됐을 것이다. 국회가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이 탄핵소추안은 각하(却下)돼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일반 재판에서도 기소 후 새로운 사실이나 법률적 견해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는 검사가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공소장 변경을 한다'며 '내란 혐의' 제외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궤변(詭辯)이다. 일반 형사사건의 공소장은 검사가 단독제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는 단독제 기관이 아니라 합의제 기관이다.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안을 변경, 철회하려면 국회가 다시 의결해야 한다. 국회 탄핵소추단장(정청래 민주당 의원·법사위원장)이 멋대로 판단할 권한이 없다.

국회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를 빼겠다는 것은 탄핵 심판을 앞당기기 위한 꼼수인 동시에, '내란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이라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겁박한 것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까지만 필요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의 핵심은 '내란 혐의'였다. 전 국민의 관심사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이냐, 아니냐'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내란 혐의'만 빼고 국회 탄핵소추단과 헌재가 탄핵 심판을 진행한다면 헌재가 야당의 속도전에 맞춰 '정치재판'을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헌재마저 정치에 뛰어들면 대한민국이 불타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