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제작 이상태 작가 단독 인터뷰
홍준표 시장 닮은꼴 논란에 "작가의 의도 더 중요, 100% 아냐"
"찬반 논란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작품 폄훼는 목소리 내야겠다 생각"
박근혜 참석한 청도군 '박정희 동상'도 제작
"대구의 박정희 동상은 '또 다른 박정희'의 모습"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을 제작한 이상태 작가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이자 제작의 의도"라며 "더 이상의 논란은 종식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지난 2일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최근 자신이 제작한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작가는 "찬반은 제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고민 끝에 작품을 음해하고 폄훼하는 것에 대해선 작가가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작품 훼손"
지난달 동대구역 광장에는 1965년 가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볏짚을 들고 미소 띤 모습의 박정희 동상이 공개됐다.
하지만 일각에서 동상 생김새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닮았다는 반응이 확산하는 등 동상 건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숙지기도 전에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이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상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미 국가보훈처에 박정희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6월 전국 작가들을 대상으로 박정희 동상 공모를 진행했으며, 1차 공모를 거쳐 5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동상의 원본 사진을 제시해 작가별 모형 심사를 진행해 이 작가를 선정했다.
이 작가는 "대구시가 제시한 원본 사진을 비교하면 알겠지만, (홍 시장을) 닮았다고 하는 건 아예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그런 의도를 담았으면 이렇게 얘기할 용기도 안 생긴다"며 "이 문제는 저는 100%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더 중요하다"며 "나는 홍준표 시장을 만들려고 한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대구경북 주요 명소는 물론 전국적으로 수많은 동상과 조형물을 제작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1년 제막식에 참석했던 경북 청도군의 박정희 동상도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동상은 1968년 시찰 당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을 최대한 가깝게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대구 앞산 충혼탑, 포항 충혼탑, 경주 박목월 동상, 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공 조형물 등을 제작했으며 부산 윤흥신 장군상, 경남 진주 6.25참전 학도병 명비, 경기도 광주 항일운동 기념탑, 제주 4.3기념 조형물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 작가는 "동상과 조형물 작업에 있어 이번처럼 이렇게 논란이 있는 것은 처음"이라며 "발주처나 지방자치단체의 필요에 의해 제작하는 것이다 보니 여태까지 이렇게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주변 작가들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는데 힘들겠다, 안타깝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박정희 모습"
박정희 동상은 제작에만 4개월 이상이 소요됐고, 이 작가를 포함해 총 7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작품 활동에 대한 자존심이 있다"며 "내 손으로 역사적 인물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라는 자부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이어 "4개월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조형물은 반영구적으로 가는 것이니 작가로서의 욕심도 있었고, 취지에 맞게 열심히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논란의 소지가 돼버리니 아쉬운 마음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 작가는 "가면 갈수록 정치적으로 작품을 폄훼하고 작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계속 해야 하는데 심적 부담이 크다"고도 말했다.
당초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인 만큼 친근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가진 박정희 동상의 제작 취지를 제시했고, 이에 이 작가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동상은 선점 효과로 인해 표준 이미지가 각인되는 영향이 있다. 조금만 다르게 구현되거나 해석되면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이번 작업은 처음부터 고난도의 어려운 작업임을 인지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가는 "다만 기존의 권위적이고 강인한 모습의 박정희 동상은 말 그대로 청도에도 있고 구미와 안동 등에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있지만, 대구의 박정희 동상은 완전히 '또 다른 박정희' 모습의 동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또 다른 박정희'의 모습으로 보면 또 다른 작품, 또 하나의 예술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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