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상황 그대로…찢긴 '항공 매뉴얼', 무안 참사 현장서 발견

입력 2025-01-03 07:58:15 수정 2025-01-03 10:13:26

사고 기체 주변에 보잉 737 운영매뉴얼 서너장 발견
2천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 기장·부기장석에 1권씩 비치
의도적으로 뜯어낸 자국 "기장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

MB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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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사고 당시 충격으로 기체에서 튕겨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보잉737의 운영 매뉴얼 일부가 발견됐다.

3일 MBN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기체 주변에는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보잉737 운영매뉴얼 서너장이 발견됐다.

QRH로도 불리는 이 매뉴얼은 2천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로,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한권씩 비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매뉴얼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있었고 수면 불시착을 위한 절차 내용도 일부 발견됐다.

아울러 페이지에는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MBN에 기장이 사고 전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위패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라고 분석했다.

고승희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꺼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그걸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까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버리고, 이것만 갖고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앞서 참사 당시 여객기 앞부분 조종석에서 누군가 손을 뻗고 있는 듯한 실루엣이 담긴 캡처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퍼져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사고 직전 기장이 비행기 콕핏(조정석) 유리창 안쪽으로 팔을 뻗어 머리 위쪽 패널을 만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지만 사진 속 실루엣이 기장이 맞는지, 실제 콕핏 패널에 손을 뻗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엔진이 양쪽 다 정지돼 유압이 발생되지 않으면 조종간도 케이블에 의한 수동조작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엄청난 힘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장과 부기장이 둘 다 조종간을 같이 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사고 직전까지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확보해 분석 가능한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을 마쳤다. 비행기록장치(FDR)과 함께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